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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3]①호반건설, 5억으로 8조그룹 거머쥔 김대헌

  • 2019.11.27(수) 11:04

김상열 회장 세 자녀 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황금 분할
증여세도 주식매입도 없는 '노택스·노머니' 승계…공정위 조사 주목

2018년 상반기 [재계 3·4세]시즌1을 통해 17개 대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과 자금출처, 경영능력을 분석했습니다. 같은해 하반기 시즌2에서는 우리나라 주요산업 중 가장 오랜 업력을 가진 제약업종의 승계과정을 15개 회사를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시즌3의 주제는 건설·부동산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7월 발표한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 50위내 건설사와 상위권 건설자재업체 가운데 2세 또는 3세 체제로 전환 중인 곳들을 살펴봅니다. 이들 회사의 창업주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한 소규모 회사로 출발해 대기업계열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보란 듯 전국구로 승격했습니다. 최근엔 주택시장 침체기의 돌파구로 골프장·리조트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은둔형 기업이라는 오명, 계열회사끼리 일감몰아주기로 의심받는 사례 속출 등 어두운 모습도 있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 oo건설, oo주택, oo개발처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소규모회사도 많은데요. 단순히 문어발식 확장 형태가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싼값에 토지를 확보해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받습니다. 중견건설사 지배구조분석을 통해 화려한 외형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편집자]


재계순위 44위(자산총액 8조5000억원)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평가액 4조4208억원). 1989년 호남의 작은 건설사로 출발한 호반건설의 2019년 현재 모습이다.

30년 동안 호반건설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자본금 1억원의 호반건설을 창업한 김상열(59) 회장은 예순이 되기 전 40대 그룹 총수이자 10대 건설사 회장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눈부시고 화려한 성장과 달리 기업공개율 제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후계승계,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공공택지 입찰 의혹 등 그늘도 존재한다.

# 기업공개율 제로 속 2세 승계 분할구도까지 완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대기업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그룹은 33개 계열사 중 상장회사가 1개(세기상사) 뿐이다. 이마저도 관련 법령에 따라 친족기업이 계열사로 분류된 탓이다.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김상열 회장의 사위(장녀 김윤혜 실장의 남편) 국순기씨가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호반건설이 생겨나기도 전인 1968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더군다나 세기상사는 올해 공정위에 호반건설그룹과 분리해서 봐달라는 계열분리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다. 심사 결과에 따라 계열분리 승인을 받으면 호반그룹의 기업공개율은 명실상부 제로가 된다.

'상장회사 제로'. 은둔의 건설사 이미지는 비단 호반뿐 아니라 부영, 중흥, 반도 등 자수성가형 건설사에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기업공개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원활한 2세 승계를 꼽는다. 상장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공개강도가 약한데다 총수일가뿐인 주주구성을 유지하면 회사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 지배구조의 주축이 될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거나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덩치를 불려놓으면 승계 작업도 유리하다.

이러한 흐름의 전형적 모습이 나타나는 곳이 호반건설이다. 61년생으로 우리나이 59세인 김상열 회장은 이미 2세들로의 승계 작업을 활발히 진행해왔고, 그 결과 자녀 3명에 대한 지분승계 작업은 물론 사업 분할구도까지 사실상 매듭지었다.

공정위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종합해서 재구성한 아래 표 <호반건설그룹 지분구조-2세 승계의 완결>은 김 회장의 자녀 3명을 중심으로 이미 2세 승계는 물론 사업영역 정리까지 상당부분 마무리됐음을 보여준다.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32) 호반건설 부사장은 그룹의 주력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 김 회장(10.51%)과 모친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10.84%)을 제치고 1대주주다. 호반건설이 그룹 지분구조상 핵심회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2세 승계가 온전히 자리 잡은 것이다.

김 회장의 차남 김민성(26) 호반산업 전무는 호반산업 지분 41.99%를 보유한 1대주주다. 호반산업 밑으로 티에스주택 등 8개 계열사가 자리 잡고 있다. 형(김대헌)이 최대주주인 호반건설도 호반산업의 2대주주(11.36%)이지만 김 전무 지분이 3배 이상 많아 외형상 독립된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 회장의 장녀 김윤혜(29)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은 호반프라퍼티 지분 30.97%를 가진 1대주주다. 쇼핑몰 아브뉴브랑, 청과도매업체 대아청과(2019년 8월 인수) 등 다수 계열사가 호반프라퍼티 아래에 있다. 동생(김민성)이 호반프라퍼티 2대주주(20.65%)이지만 지분 차이가 적지 않은데다 2017년 10월 김윤혜 실장이 등기임원이 되면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처럼 김 회장의 세 자녀는 각각 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1대주주 지위를 바탕으로 각자의 사업 영역을 비교적 확실히 구분하고 있다. 세 자녀가 관할하는 계열사의 자산총액(비금융사 자산총계+금융사 자기자본의 합계) 비중은 김대헌 부사장 60%, 김민성 전무 27%, 김윤혜 실장 12% 수준이다. 대략 6:3:1 정도의 비율인 셈이다.

# 김대헌은 단 5억원으로 어떻게 8조원 건설그룹 거머쥐었나

김 회장의 자녀들은 우리나라 대기업 역사에 자주 등장해온 상속·증여세 없는 '택스프리 승계'의 전형적 형태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특히 그 절정은 장남 김대헌 부사장이 그룹의 핵심 호반건설 최대주주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다.

김대헌 부사장이 자산 8조원, 재계순위 44위 호반건설그룹의 핵심 호반건설 최대주주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2003년 12월 만들어진 분양대행업체 비오토(자본금 5억원)에 출발한다.

이 회사는 2008년 감사보고서를 제출(공시일은 2009년 4월)하며 모습을 드러냈는데 당시 회사 주식 전부를 김대헌 부사장이 소유했고, 자본금은 설립당시와 같은 5억원이었다. 첫 감사보고서 기준시점인 2008년 말 그의 나이 21살. 비오토 설립연도 기준으로는 16살이지만 최초 지분 취득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김 부사장은 최소한 2008년(21살)부터 자본금 5억원으로 비오토란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2018년말(31살) 자산 8조원의 호반건설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최대주주가 됐다. 강산도 울고 갈 10년간의 급격한 변화 배경에는 계열사 일감을 바탕으로 한 급성장, 계열사 합병에 힘입은 덩치불리기가 자리 잡고 있다.
 
비오토는 2007년 매출 170억원을 올리는 회사였다. 매출의 절반가량은 계열사와의 거래(77억원, 45.3%)에서 발생했다. 이후에도 계열사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0년에는 한해 매출의 99%(매출 179억원 중 178억원)에 달했다.
 
2013년 자회사 호반씨엠과 에이치비자산관리를 합병하면서 지분 구성이 다소 변화가 생겼다. 호반씨엠은 비오토가 50%, 김대헌 부사장의 모친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50%를 가진 곳이다. 이 회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며 비오토의 주주구성은 김대헌 85.7% 우현희 14.3%가 됐다.

총수일가 두 명이 주주로 포진한 이후 회사는 더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2016~2017년이 압권이다. 5000억원대의 계열사 일감을 받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렸다. 첫 매출을 공개한 2007년(170억원) 기준으로 10년 만에 95배에 이르는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비오토→호반비오토→호반건설주택을 거쳐 2018년 ㈜호반으로 계속해서 이름을 바꾸며 덩치를 한껏 불려놓은 김대헌 부사장의 회사는 2018년 4월 ㈜호반의 100% 자회사 스카이건설을 합병하며 몸집불리기의 정점을 찍었다. 이때 또 한 번 합병신주 발행으로 김대헌 (51.42%) 우현희(8.58%) 자사주(40%)로 주주구성이 바뀌었지만 장남 중심의 승계가도에는 문제가 없었다. 몸집이 한껏 불어난 그해 12월 그룹 핵심회사 호반건설과 한 몸이 됐다.

합병과정에서 김대헌 부사장은 호반건설 합병신주 176만주 중 85.7%인 151만주를 받아 단숨에 지분율 52.42%를 확보, 기존의 호반건설 1대주주였던 부친 김상열 회장을 제치고 주주명부 제일 첫 줄에 이름을 올렸다. 합병비율이 김 부사장의 ㈜호반 1주당 호반건설 주식 5.88주를 교환하는 방식인데다 자사주에는 합병신주를 나눠주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합병으로 호반건설의 2세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계열사 일감을 받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계열사를 합쳐 몸집을 불린 뒤 그룹 핵심회사와 합쳐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 호반건설의 승계방정식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부모의 주식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어서 상속·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돈을 지불하고 주식을 매입한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추가 자금도 필요치 않았다. 오로지 10년 전 20대 초반의 자본금 5억원으로 일군 결실이다.

# 공정위의 칼날…불확실해진 호반건설 상장

호반건설처럼 ‘노택스 노머니’ 승계의 전형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하이트진로그룹 승계 과정이다.

비즈니스워치가 보도했던 '하이트, 생맥주통 회사 '승계의 핵'으로 <관련기사 하이트, 생맥주통 회사 '승계의 핵'으로> 기사를 보면, 하이트진로그룹 3세 박태영 부사장은 10억원으로 자산 5조원의 회사를 거머쥐었다. 계열사 일감, 계열사와의 합병으로 몸집을 불리고 지분을 모아 그룹 핵심회사를 지배하는 과정이 유사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하이트진로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부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소송을 제기해 현재 고등법원(공정위 제재에 대한 맞소송은 1심이 고등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공정위가 하이트진로에 적용했던 잣대를 호반건설에도 적용할지 관심이다.

취임일성으로 중견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바 있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호반건설 관련) 자료를 보고 있고 실제로 위법한 사항이 있는지 모니터링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장소에 배석한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최대한 신속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정위는 최근 호반건설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성삼 국장의 표현을 가감없이 액면 그대로만 해석하면 공정위의 시각에선 호반건설의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다만 공정위의 조사 착수가 곧 법위반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기간이 1~2년은 걸릴 정도로 길고 제재가 확정되더라도 기업이 불복하면 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추가로 다퉈야한다.

호반건설은 2세 승계의 물밑작업을 진행하던 지난해 호반건설 상장을 추진했다. 호반건설의 상장은 지역기반으로 중앙무대에 진출한 중견건설사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이례적이고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된 현 시점에선 그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다. 좋지 못한 주식시장 상황 속에 장기간 이어질 규제당국의 제재리스크까지 호반건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대외변수들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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