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에 따라 개인이 특정 국회의원에게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후원하면 인적사항을 공개해야한다. 다만 인적사항은 이름과 생년월일 등 대략적인 내역만 나타나 정확히 누구인지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워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신청해 받은 '2018년 국회의원후원회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토대로 기업인의 정치후원금 내역을 보다 자세히 살펴봤다. [편집자]
지난해 국회의원에게 연간 300만원 초과 후원금을 낸 기업인 가운데는 대기업이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적지 않다.
우선 범롯데가(家)의 후원 내역이 눈에 띈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신 회장과 정 의원은 경남고 동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 회장은 자신의 사위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고액후원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10년 신 회장의 딸 신경아 푸르밀 이사와 혼인했다.
신춘호 농심 회장의 셋째아들 신동익 농심홀딩스·메가마트 부회장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후원했다. 신동익 부회장은 2017년엔 정진석 의원과 같은 당인 추경호 의원의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재계47위(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 윤세영 태영건설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우상호 의원에게 각각 500만원을 후원했고, 승명호 동화그룹·한국일보 회장은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같은 금액을 기부했다. 승 회장은 김 의원의 경희고·고려대 선배다.
아주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AJ네트웍스의 최대주주 문덕영 부회장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연을 맺고 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나 대표에게 연간 후원금 한도인 500만원을 보냈다.
유명 의류업체 CEO도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500만원을, 디스커버리·MLB를 만드는 김창수 F&F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박홍근·송영길 의원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에 각각 500만원을 후원했다. 송영길 의원과는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개인이 연간 낼 수 있는 정치후원금 한도는 2000만원인데 김 대표는 이들 4명의 의원에게 한도를 꽉 채운 것이다.
가구업체 한샘의 최양하 회장은 보성고 후배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500만원을 후원했다. 최 회장은 윤 의원과 같은당 소속 민병두 의원의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수입차업계의 대표 CEO인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코스닥협회장을 지낸 박경수 피에스케이 대표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원했다. 20대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은 정계입문 전 쌍용그룹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어 기업가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SG세계물산·SG충남방적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SG그룹의 이의범 회장은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후원자다. 아마바둑 고수인 이 회장이 바둑 국수(國手) 조 의원에게 해마다 50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