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해 삼성그룹의 동일인(기업집단의 총수)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롯데그룹의 동일인을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각각 직권 변경했다. 올해도 한진그룹이 정해진 기한까지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내지 않자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했다. 반면 2017년에는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하면서 이해진 창업주를 동일인으로 지정하자 당사자가 반발하며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자 동일인 지정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매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할때 함께 공시하는 동일인(기업집단의 총수) 지정 기준을 지금보다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7일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의 현황과 개선과제'란 보고서에서 "동일인 지정제도는 총수의 지배력 승계 등으로 인한 경제력 집중 현상을 우려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도입된 것이기 때문에 기업집단 총수가 사실상의 지배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제도를 유지해야할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조사관보는 그러나 "최근에는 동일인이 3대, 4대로 세습됨에 따라 기업집단내에서 지분율 희석현상, 가족관 경영권분쟁으로 인한 동일인 지정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과거 제조업 중심의 내부거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동일인 지정제도를 신산업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조사관보는 특히 "현재 공정위는 동일인을 지정할 때 기업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되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가 생기면 지분율, 임원 선임, 조직 개편 과정에서의 영향력 등 실질적 지배력을 감안해 동일인을 직권으로 바꾸기도 한다"며 "그러나 동일인 지정에 관해 법령에 명확한 규정 없이 공정위 내부 심사에 의존하는 것은 투명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최 조사관보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실상의 사업내용 지배' 등을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 세부적 고려요소, 대표적 예시 등의 내용을 법령에 별도로 마련해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과 관련, 지금까지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 각 기업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동일인 지정 기준방법을 제시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동일인 지정 기준으로 동일인의 지분율과 지배력 요건 외에도 기업집단에서 조직운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하는지, 그러한 결정을 책임지는지 등과 같은 세부적인 기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