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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세워놓고 총수는 미정' 한진, 이제 남매의 난?

  • 2019.05.08(수) 18:03

한진그룹, 공정위에 차기 동일인 신청 미뤄
유족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유산 배분도 미지수

"가족들과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전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유언은 단순한 덕담이 아닌 절절한 당부의 유지(遺志)였을까? 한진그룹이 조 전 회장 별세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총수(동일인) 지정 신청을 하지 못하자 한진가(家) 유족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 작고 후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해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소명했다.

내부적으로 동일인을 누구로 정하지 못했다는 건 지난달 24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총수 자리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일인(총수)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을 뜻한다.

이런 상황은 한진그룹 안팎에서도 뜻밖으로 여겨진다. 조 회장 취임은 선친 회장 장례 8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단 기간에 유족이 뜻을 모은 듯 보였다. 그룹 내부에서도 조 회장 취임이 한진그룹이라는 대기업집단 총수 등극, 지분 상속을 통한 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당시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계승·발전시키고, 한진그룹 비전 달성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원태 신임 회장도 이사회에서 "선대 회장님들의 경영이념을 계승하여 한진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장중심 경영,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달 고 조양호 회장 장례 기간 중 대한항공 사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예정된 동일인 변경 신청이 의외로 늦어지자 내부에서도 극심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이달 1일 대기업집단 동일인 공시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역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회사장까지 치른 한진그룹이 관련 서류 제출을 하지 못한 탓에 이를 이달 10일로 미뤘다. 그리고는 이날까지 또 한진이 서류 제출을 못하자 발표 일정을 다시 오는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이나 경쟁당국 안팎에는 동일인 지정 신청을 하지 못한 것 자체가 유족 간 경영권이나 상속 재산을 두고 내분이 일어난 상황임을 자인하는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정석기업 등 거느린 구조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유족 중 다른 인물이 총수가 돼 실질적 그룹 경영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진칼은 별세한 조 전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었다. 장남인 조원태 사장(2.34%)과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2.31%), 차녀 조현민 전 전무(2.30%)는 모두 3%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속되는 지분의 규모에 따라 최대주주가 갈리게 되는 상황이다.

민법 제1009조에는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하고 공동상속인 간의 법정상속지분(배우자는 자녀의 1.5배)을 규정하고 있다. 유언장이 없는 경우라면 배우자인 조 전 회장의 한진칼 보유지분을 포함한 상속재산 분배가 조 전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세 자녀에 1.5대 1대 1대 1의 비율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다만 유증자가 대한항공 등을 거느린 한진그룹 총수였던 만큼 유언장에 기반한 지분 정리나 상속인 간 협의가 이미 마련돼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고 조양호 전 회장 장례 기간 중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운구 행렬을 따르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조 전 회장이 생전 보유한 한진그룹 주요 상장사 지분은 지주사인 한진칼 17.84%를 비롯해 ㈜한진 6.87%, 대한항공 0.01% 등이다. 이 상장사 지분의 가치는 조 회장이 사망한 지난 4월8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3208억원, 314억원, 5억원 등 총 3527억원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되도록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에게 집중시키되, 이에 상응하는 재산의 배분을 두고 유족들간 협의가 진행중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기타 계열사 지분이나 조 회장 개인 보유 부동산 및 현금성 자산 등 유형자산이나 계열사 등의 실질적 경영권 등의 무형자산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조 회장 유족의 상속세는 2000억원대까지 추산되고 있다. 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하는 상황을 막으려 유족들 사이 논의가 거듭중이란 관측도 있다. 세금 부담 때문에 자칫 한진가가 그룹 경영권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지분을 14.98%까지 늘리며 경영권 견제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한진가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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