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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3]②부영, 이중근 독보적 1인지배…'롯데의 그림자'

  • 2019.11.28(목) 11:33

50대 접어든 자녀들 지분율 미미…'후계구도 불명확'
부영주택, 그룹 자산의 70%…분할없인 승자독식 구조

2018년 상반기 [재계 3·4세]시즌1을 통해 17개 대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과 자금출처, 경영능력을 분석했습니다. 같은해 하반기 시즌2에서는 우리나라 주요산업 중 가장 오랜 업력을 가진 제약업종의 승계과정을 15개 회사를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시즌3의 주제는 건설·부동산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7월 발표한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 50위내 건설사와 상위권 건설자재업체 가운데 2세 또는 3세 체제로 전환 중인 곳들을 살펴봅니다. 이들 회사의 창업주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한 소규모 회사로 출발해 대기업계열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보란 듯 전국구로 승격했습니다. 최근엔 주택시장 침체기의 돌파구로 골프장·리조트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은둔형 기업이라는 오명, 계열회사끼리 일감몰아주기로 의심받는 사례 속출 등 어두운 모습도 있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 oo건설, oo주택, oo개발처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소규모회사도 많은데요. 단순히 문어발식 확장 형태가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싼값에 토지를 확보해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받습니다. 중견건설사 지배구조분석을 통해 화려한 외형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편집자]

 

부영의 역사는 1983년 삼진엔지니어링에서 시작한다. 이중근(79) 회장의 나이 43살 때다. 삼진엔지니어링은 1993년 부영으로 이름을 바꾸며 주택사업을 본격 확장했고, 지금까지 임대아파트 건설로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부영은 외환위기 혼돈기를 지나 우리나라 대기업 순위가 요동쳤던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순위(정식명칭은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 43위(공기업 제외시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수성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전국구 그룹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당시 계열사 4개에 자산총액 2조1020억원. 흥미로운 점은 당시 공정위 자료에 부영그룹 총수(동일인)로 표기된 사람은 이중근 회장의 매제 이남형 부영건설 사장이었다. 훗날 밝혀졌지만 차명주식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올해 부영그룹은 자산총액 22조8000억원으로 CJ, 두산에 이어 16위에 올라있다.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에서는 연도별 수주실적에 따라 부침이 있지만 올해 15위(부영주택 기준, 평가액 2조503억원)로 작년보다 11계단 뛰어올랐다.

# 실명전환으로 가려져있던 지분구조 수면위 부상

부영그룹은 의외로 지분구조가 단순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국내계열사 24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지주회사 ㈜부영 지분 93.79%를 가지고, ㈜부영이 그룹의 핵심 부영주택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부영주택이 다시 11개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중근- ㈜부영– 부영주택– 자회사- 손자회사 순이다.

지주회사 체제에 들어있지 않는 나머지 12개 계열사 가운데 11개는 이중근 회장이 압도적 지분율로 직·간접 지배한다. (나머지 1개는 부인 나길순 우정학원 이사장이 100%를 보유한 부영엔터테인먼트)

공정위 재계순위에 이름을 올리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회장은 적어도 지분구조 상으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 회장의 매제(이남형 전 부영건설 사장)와 동생(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등 친인척과 임원들이 주요 주주로 포진했다.

2009년 그룹 상단의 지배구조를 바꿔 지주회사 ㈜부영, 자회사 부영주택으로 분할한 이후에야 이 회장은 그동안 친인척과 회사임원 명의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본인명의로 대거 실명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 ㈜부영 지분율을 19.48%에서 단숨에 93.79%로 높였다.

이중근 회장은 1983년 삼진엔지니어링을 만들 당시부터 실명전환이 완료된 2013년까지 약 30년간 회사주식을 친족·임원 이름을 빌려서 보유해온 것인데, 결과적으로 공정위에 기업집단 신고자료를 허위 제출한 것이고 이 때문에 현 정부들어 주요 대기업 가운데 공정위 고발 1호가 됐다.

다만 허위신고에 따른 처벌은 벌금에 그쳤고, 지분보유 자체가 없던 일이 된 건 아니어서 이중근 회장 1인 체제라는 부영의 지배구조가 수면위로 공식화되는 계기가 됐다.

# 80세 접어든 이중근 회장, 독보적 1인 지배

우리나이 79세(1941년생)인 이중근 회장은 여전히 자산 23조원에 육박하는 거대그룹 부영에서 그 누구와 비교불가한 독보적 1인자이다.

24개 계열사 중 부영엔터테인먼트 1개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직·간접 지배하다보니 회사 성장의 과실 즉 배당금도 대부분 이 회장의 몫이다. 대표적으로 지주회사 ㈜부영은 지난해 122억원을 배당했는데 이중 118억원이 이중근 회장 몫이었다.

부영은 다른 자수성가형 건설사와 달리 편법적인 우회승계 논란이 없다. 어느덧 50대에 접어든 자녀들의 후계구도와 관련, 어떠한 작업도 진행하지 않으니 현 시점에선 논란도 불거지지 않는게 당연하다.

이 회장의 자녀는 이성훈(53) ㈜부영 부사장, 이성욱(51) 부영주택 전무 겸 천원종합개발 대표, 이성한(49)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서정(47) 부영주택 상무 겸 동광주택산업 이사 4명이다.

이 가운데 장남 이성훈 부사장이 유일하게 지주회사 ㈜부영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율은 미미하다. 이 부사장이 가진 ㈜부영 지분은 부친으로부터 2007년 8월 증여받은 것인데 당시는 5.42%였으나 이후 점차 축소돼 현재 지분율은 1.64%에 불과하다. 증여세 납부를 감안하더라도 지분 감소폭이 크다.

이성훈 부사장은 36살이던 2002년 ㈜부영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후 내리 3번을 연임했으나 2014년 임기만료 이후 더 이상 연임하지 않고 현재 미등기임원 신분이다.

이 부사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던 부영CNI, 신록개발은 한때 계열사 일감을 받았으나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되던 2013년 말 지분을 모두 부영주택, 동광주택산업에 넘겼다. 당시 거래로 이 부사장이 당시 확보한 현금은 22억원 수준이다. 일반인에게 적지 않은 금액이나 거대그룹 후계자의 종자돈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부사장은 광영토건(8.33%)과 동광주택산업(0.87%)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성욱·성한·서정 남매도 동광주택산업 지분을 각각 0.87% 가지고 있다. 역시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

# 부영주택이 그룹의 모든 것.. 롯데와 다를까

부영그룹 처럼 롯데그룹도 공정위에 기업지배구조 관련 자료를 허위 제출해 고발당한 전력이 있다. 투명하지 않은 정보를 오랜기간 유지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집하지 않았고, 특정 자녀에게 지분이 쏠리지 않도록 했으며, 자녀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참여시켰다. 이 역시 부영과 같다.

다만 롯데는 부영과 달리 차남 신동빈 회장이 국내계열사 경영에 오랫동안 참여하며 화학계열 인수합병(M&A) 주도 등 본인의 색깔을 나타냈다는 점이 다르다. 부영은 이 마저도 없다.

부영그룹의 국내계열사별 자산총액(비금융사는 자산총계, 금융사는 자기자본) 비중을 보면 주력 계열사 부영주택이 69.82%를 차지한다.

2세들이 조금이나마 지분을 가지고 있는 광영토건(이하 그룹내 자산비중 0.54%)이나 동광주택산업(2.26%), 2세들이 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인 천원종합개발(0.52%)과 부영엔터테인먼트(0.2%)는 그룹내 존재감이 없다.

부영주택이 곧 부영그룹이다. 그러한 부영주택을 ㈜부영이 지배한다. ㈜부영 지분 93.79%를 이중근 회장이 가지고 있다.

결국 부영그룹의 후계구도는 그룹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부영주택의 자산을 쪼개거나 부영주택을 지배하는 ㈜부영을 분할하지 않는 이상 '승자독식'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롯데는 2015년 형제의난을 겪으며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여든에 접어든 이중근 회장은 롯데를 '타산지석' 삼아 다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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