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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톺아보기]"주52시간제, 시간 더 필요해"

  • 2019.12.12(목) 15:04

지난해 7월, 공공기관·대기업부터 주52시간제 도입
정부,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적응위한 보완대책 마련
국회는 중소기업 시행 2023년으로 유예하는 법 발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2004년을 기억하시나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1일부터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됐습니다. 평일에 8시간을 근무하고 남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은 반드시 쉬도록 하는 제도죠.

지금이야 주5일 근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주6일 근무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주5일 근무로 노동자 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5일 근무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연구 자료를 발표하면서 "노동비용 증가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며 "또 근로조건 조정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산업공동화로 인해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 15년이 지난 지금, 주5일 근무는 보편적인 근무형태가 됐고 주5일 근무와 상관없이 국내총생산(GDP) 등 국가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증가했고 개별 기업도 성장해왔습니다.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15년이 지난 한국은 주52시간제를 두고 다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그해 10월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개최해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및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발표한 정책 중 하나로 주52시간제가 등장했죠.

#다시 불붙은 노동시간이번에는 '52시간제

지난해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52시간제는 본격 시행됐습니다. 이미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도입했고 올해 3월 계도기간이 끝나 제도가 안착 단계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문제는 50인~299인 미만의 중소기업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3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비율은 전체 노동시장 의 9.7%에 불과합니다. 반면 30~299인 규모 기업체 노동자 비율은 23.0%, 30인 미만 기업체는 67.3%에 달하는데요.

대기업의 주52시간제는 빠르게 안착됐지만 제도 적용을 받는 노동자수가 훨씬 많고 업종도 다양한 중소기업은 주52시간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10월 고용노동부가 50~299인 기업 약 2만7000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주52시간 초과자가 있는 사업장은 15.6%로 나타났습니다. 초과근무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불규칙적 업무량으로 적기채용 곤란(58.1%) ▲전문성 등 대체인력 채용 부적절(43.9%) ▲비용부담으로 신규채용 곤란(30.1%) ▲구인난(28.1%) 등이었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근태관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알밤'이 종업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106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17%였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3%에 달했습니다.

#정부 "여유시간 1년 더 주겠다"

정부도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11일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 7곳이 합동으로 '주52시간제 현장안착을 위한 보안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소기업은 원하청 구조 등으로 인해 업무량을 자율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업무 효율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데도 대기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정기국회가 10일 종료되면서 사실상 정부가 행정적으로 보완제도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종업원 50~299인 기업을 대상으로 1년간의 계도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사실상 중소기업은 2021년부터 주52시간 제도를 적용받는 셈입니다.

또 현행 제도하에서 주52시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를 반영,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인명 보호 및 안전 확보,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이 대폭 증가하고 단기간 내에 업무를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초래되는 경우 등이 해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유예 1년도 부족...2023년으로 연장하자"

정기국회가 끝나고 사실상 내년 21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오면서 국회에서 나오는 각종 개정안들의 통과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지난 4일 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11명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지난해부터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됐고 중소기업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부여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아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50~299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적용을 2023년 1월 1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보완대책보다 유예기간이 2년 더 연장된 것이죠.

개정안은 또 5~50명 미만 사업장은 주52시간제 적용시기를 2024년 7월 1일로 늦추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부가 11일 자체적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했지만 계도기간 중 국회가 마련한 보완책이 입법이 된다면 해당 내용을 감안해 정부의 보완조치도 재검토 또는 조정한다고 밝힌 만큼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주52시간제 적용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5일제 근무도 많은 마찰을 겪었지만 결국은 수정·보완을 거쳐 산업계가 이에 적응하면서 제도가 안착됐는데요. 주52시간제도 정부의 보완대책과 국회의 입법 논의를 통해 언제쯤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스며들 수 있을 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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