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본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닻을 올렸다. 공공의 영역이자 주거복지 정책의 근간인 임대주택 공급이 부동산투자신탁회사(리츠, REITs) 등 이익을 목적으로 한 민간 투자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아직 성공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임대주택 리츠의 도입 배경과 기대효과, 사업의 현실성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그리고 이익을 위한 투자.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둘이 접목된 정책 사업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임대주택 리츠'다. 정부는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리츠, REITs)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박근혜정부 식 복지민영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 임대에 리츠 도입, 선택 아닌 필연
리츠란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 사업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펀드(회사)를 말한다. 일반인도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우리나라에는 2001년 4월 도입됐다.
그동안 정책사업으로 진행해 왔던 임대주택 공급에 왜 리츠가 필요했을까.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히 말하자면 정부의 임대주택 재원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택 전월세시장의 불안정으로 주거복지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는데 정부가 공급을 다 책임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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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까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로 거둬들인 이익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다. 집값 상승은 민간에서도 꾸준한 전세 공급을 가능하게 해 정부의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거시경제와 주택시장 환경 변화가 이런 시스템에 한계를 불렀다. 집값이 오르지 않자 전세 대신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졌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땅값, 집값 상승이 둔화되면서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 공급 재원을 대기도 어려워졌다.
작년 11월 국토부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주거복지 재원에서 LH 개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72%에 달했지만 2010년에는 44%로 줄었다. 반면 정부 일반회계 예산 비중은 12%에서 22%로, 주택기금 실지원액 비중은 16%에서 34%로 급증했다.
주거복지 재원으로 투입되는 LH 개발이익 금액도 2005년 5조6000억원에서 2010년 2조원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추이는 최근까지 LH 부채가 늘어나며 더 심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정부 들어 '행복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짐까지 짊어진 LH로서는 재무사정을 개선할 묘수가 절실했던 것이다.
◇ '700조' 부동자금, 임대리츠로 향할까
국토부는 재정을 대신할 재원으로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에 눈을 돌렸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712조 8854억원. 전년 말보다 약 47조원(7%)이 불어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자금은 현금이나 요구불예금, 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등 단기 상품에 머물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을 말한다.
정부는 적당한 수익과 안전장치만 있다면 이 막대한 자금을 임대주택 사업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츠를 만들어 적당한 수익률을 보장해 주면 임대주택으로 이 자금이 흘러들어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LH와 주택기금이 출자하고 여기에 민간자본(리츠)을 더해 운영하는 '공공임대 리츠', 민간 사업 제안자가 출자해 리츠를 설립하고 필요시 주택기금의 출자·융자 지원을 더하는 '민간제안 임대리츠'가 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공공임대 리츠를 활용하면 연 1만가구 수준이었던 10년임대 후 분양주택 공급규모를 연 2만가구까지 늘릴 수 있다"며 "민간제안 임대리츠를 통해서도 도심 내 소형 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