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앞날이 김형 신임 사장의 어깨에 놓였다. 흔들리던 대우건설 조직을 바로잡고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우선과제다.
대우건설은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형 전 삼성물산 부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이사 선임)으로 공식 선임했다.
역대 대우건설 CEO 가운데 두번째 외부 출신 CEO다. 첫번째는 현대산업개발 출신의 박창민 전 사장이었지만 낙하산 논란으로 시작해 1년 만에 결국 사퇴했다.
김형 사장 역시 내정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자질 문제까지 나왔다. 하지만 사업경험 면에서 박 전 사장과는 차이가 있고 애초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논란과 갈등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다음 관심은 김형 사장이 외부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조직을 추스르고 궁극적으론 기업가치를 높여 새 주인을 찾는 데까지 성공할 수 있을 지에 쏠릴 전망이다.
◇ 외부 출신 한계 넘어 조직안정 리더십 발휘할까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의 사퇴 이후 10개월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이 기간에 굵직한 이슈들이 터지면서 대우건설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불거진 해외손실과 우선협상자였던 호반건설로의 매각 무산 등이다. 문책인사까지 이어지면서 조직은 어수선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새 CEO 선임 과정에서도 잡음이 불거지면서 조직 안팎의 혼란을 가중했다. 김형 사장이 최근 노조와 대화하며 논란과 갈등을 해소한 점은 다행이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자질 논란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도 7일 "그동안 제기한 의혹에 대한 후보자의 해명에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했지만 결의대회를 취소하면서 노사갈등이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외부 출신인 김 사장에 대한 의구심은 향후 직원들과의 소통과 경영능력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해외경쟁력 강화 통해 기업가치 제고
여전히 가시지 않는 해외사업장에 대한 우려도 씻어내야 한다. 매각 무산까지 이르게 한 모로코 화력발전소 손실을 포함해 추가 해외 손실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근본적인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란 숙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대우건설 안팎에선 김형 사장이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사를 거치며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주요 건설사를 거쳤고 임원까지 지냈던 분이라면 능력 면에서 검증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33년간 굵직한 해외사업을 이끈 토목전문가라는 점에서 대우건설엔 적임자로 보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 경험만을 갖고 있던 전임 박창민 사장과 다른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사장추천위원회도 김 사장을 후보로 추천하면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택사업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 직면해 있고, 주택경기도 꺾이는 시점이다. 해외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해외수주는 연초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길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김 사장의 몫이다.
국내외 사업 안정과 경쟁력 확보로 궁극적으론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3년 후 대우건설 주인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김 사장 재임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등의 성과를 내야 한다.
새 주인을 찾는 일이야말로 대우건설 미래와 직결되는 부분인만큼 김형 사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