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의 눈은 해외시장, 그것도 원자력 사업을 향했다. 원자력 분야 시공은 대우건설이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분야다. 게다가 김형 사장 역시 33년간 굵직한 해외사업을 이끈 토목전문가다. 둘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부터 궁합을 맞춰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김형 대우건설 사장 |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원자력 발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영국과 체코, 폴란드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용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김형 사장 취임 후 대우건설의 첫 방향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대우건설 발목을 잡았던 것은 해외 부실 사업장이다. 이 때문에 김형 사장에게는 해외 사업장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었다.
김형 사장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에서 토목 전문가로서 해외 사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주택 경기가 하향세로 변곡점을 맞고 있는 만큼 대우건설의 숙제이자 자신의 경력을 살린 해외 사업에서 첫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원자력 분야 사업에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김형 사장의 결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국내 월성 원자력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시작으로 신월성 원자력 1‧2호기, 중국 진산원전과 대만 용문원전 시공기술 수출, 방폐물 처분시설 1단계 주설비 공사 등 다양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 원자력 역사 최초로 EPC(설계‧조달‧시공) 일괄수출인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공사를 따내며 특성화된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이 공사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진 이르비드에 위치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에 5MW(메가와트)급 연구용 원자로와 원자로 건물, 동위원소 생산시설과 행정동 건물 등을 짓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 대우건설이 시공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 내 연구용 원자로 |
이를 바탕으로 2012년 6월에는 종합건설사 최초로 가동원전 설계기술용역 Q등급 자격을 취득했고, 가동원전 설계용역을 수주해 경험을 쌓으며 해외 원자력 사업역량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대우건설은 개발도상국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 원전(스마트) 표준 설계인가 획득사업에도 참여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해외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주 타깃 시장은 사우디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사우디아리비아는 2015년 MOU를 체결, 사우디에 2기~10기의 스마트 원전 건설을 협력한 바 있다. 사우디는 2032년까지 비화석에너지(원자력 포함) 발전비중 50% 달성을 목표로 2030년까지 2800MW 상용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원전 2기는 올 상반기 쇼트 리스트(3개국)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주 활동에 돌입, 대우건설은 다양한 시공경험과 인재를 중심으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는 영국이 2030년까지 1만6000MW 규모 13기의 신규원전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2기는 한국전력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한국전력 지분참여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가 시공을 맡을 확률이 크다. 대우건설이 사우디와 영국에서의 원자력 사업 확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탈(脫)원전 정책에 의해 추가적인 원자력발전이 제한됨에 따라 상용 원전보다 성능개선사업과 연구용 원자로 사업 발주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가동 원전 설계용역과 CFVS(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 증기발생기교체공사 등 다양한 실적을 갖고 있어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검증된 해외원전 사업관리 역량과 다양한 원전 유(有)경험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겠다”며 “국내 원자력 유관사업도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