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제 얘기, 꼭 딱딱하게 해야 할까요? '커피챗 경제'는 커피 마시며 가볍게 수다 떨듯 경제 이슈를 풀어갑니다. "아니, 그거 들었어?"로 시작해서 "아~ 그렇구나!"로 끝나는 재미있는 경제 수다. 지금 가장 핫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호기심 어린 솔직한 질문과 속 시원한 답변으로 채워가겠습니다.
지난 커피챗 경제 '신혼부부 내집마련 잔혹사' 1·2편에선 내 집 마련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마주한 각종 규제를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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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분리, 줄어든 정책대출 한도. 제각각 이런 관문을 뚫고 겨우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부부들은 이제 한숨 돌릴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최근 젊은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거든요. 집을 산 지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갑자기 '자금출처를 소명하라'는 공문이 날아온다는 겁니다.
오늘 커피챗 경제에서는 이 자금출처 소명 요청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 끝났는데?…C책임 이야기
오늘 사연의 주인공은 대기업 맞벌이 신혼 1년차, C책임입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결혼과 동시에 서울 소재 9억원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각각 지난 6월, 10월에 발표된 부동산 규제 때문에 집 사는 데에 이중으로 제약이 걸렸다죠.
지난 6월27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까지로 축소됐습니다. 부부 둘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고소득자였기에 원래라면 그보다 한도를 더 보장받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가 막혀버린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집을 계약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10월15일, 서울 전지역 및 경기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며 토지거래허가 절차가 새로 추가됐죠.
C책임 부부는 구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에 아파트 구매 목적과 함께 자금조달 항목을 빼곡히 기재해야만 했죠. 아파트 매매 본계약은 약 일주일 뒤, 구청에 허가가 떨어지고 나서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처음으로 생긴 내 집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이후 중도금, 잔금도 무사히 치르고 새집으로 살림살이를 옮겨 신혼생활을 시작했죠.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구청에서 등기우편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부동산 거래신고에 따른 자료제출 요구서'였죠. 심지어 C 책임에게 집을 팔았던 매도인에게도 요구서가 발송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2030 젊은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비슷한 경험담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모든 절차를 합법적으로 밟았는데도 느닷없이 자금출처를 증명하라는 공문을 받은 거죠.
그래서 뭘 제출하라는 건데?
정부가 소명자료로 어떤 항목들을 요구하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부동산거래신고 소명서' 및 '자금조달 관련 소명서'죠.
당시 구청에 신고했던 거래 내용에 허위사실이 있는지, 합법적인 방식으로 주택구매자금을 마련했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세대주가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거래신고 소명서'에는 어떤 항목을 기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대주 및 당시 거래를 중개했던 중개사의 인적정보와 함께 당시 부동산 매매 거래에 대한 정보 등을 기입해야 합니다.
두번째로, 부동산 거래가 체결되기까지의 타임라인을 정리해야합니다. 언제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했는지, 언제 계약했고, 언제 잔금을 치렀는지. 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열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신고한 거래가격이 실제 거래가격과 일치했음을 입증해야합니다. 증빙자료로는 당시 매매계약서 사본, 매매금액 지급 내역이 또 필요하죠.
서류는 어떻게 마련해?
세대주 입장에서 제일 번거로운 항목이 '자금조달 내역'입니다. 각 항목별로 자금의 출처를 낱낱이 공개해야 합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금을 끌어다 모을수록 제출할 서류 수도 많아지죠.
C 책임 부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들 부부도 9억 아파트를 사기까지 꽤 여러 군데에서 자금을 조달받았죠.
최대 한도인 6억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했고요. 부모님으로부터 1억을 증여받고, 추가로 5000만원을 차용했죠. 그외 이들 부부가 모은 돈 1억5000만원이 있었습니다.
C 책임은 각각 어떤 자료를 증명해야할까요?
먼저 모은 돈 1억5000만원이 어떻게 마련됐는지부터 소명해야합니다. 예금이나 주식·채권 등으로 자산을 불려왔다면 항목별로 각각 얼마씩이었는지 기재해야 하죠. 증빙서류로는 예금 해지 및 주식·채권 매각 내역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예전 전셋집 보증금이 포함돼있다면, 당시의 임대차 계약서 및 기 보증금을 반환받은 입금 기록이 필요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했으니 이에 대한 서류도 첨부해야하고요. 만약 사내대출 등으로 추가 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그 내역도 함께 채워넣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손을 빌렸으니, 편법 증여가 아니라는 것도 입증해야 합니다. 증여받은 1억에 대한 국세청 신고 내역을 기입해야하고요. 증여세를 납부했다면 그 내역도 함께 첨부해야 하죠. C책임의 경우엔 최대 1억원까지의 혼인 공제를 적용받아 증여세 납부대상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 5000만원도 차용받았으니 그에 대한 차용증과 그간의 이자 상환 내역도 필요하죠.
사실상 부동산 거래 전후의 자금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재구성해서 소명하라는 뜻입니다.
근데, 이미 다 증명했잖아?
여기서 의문이 생길 겁니다. C 책임의 경우를 다시 볼까요.
그는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했습니다. 당연히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이미 마쳤죠. 제때 증여신고를 했고, 부모님께 빌린 돈도 착실히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절차를 합법적으로 진행했죠.
그런데 몇 개월 만에 또다시 소명하라니. 그 이유가 뭘까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지자체와 협력해 주택 매수자들에게 추가 소명자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나 거래가격, 신고 내역 등이 내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개별 민원 등이 접수된 경우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자금조달계획서에서 대출이나 차용금, 증여가 혼재돼 있거나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경우, 그리고 신고가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일 때 조사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이죠.
이렇게 날아온 소명자료의 제출 기한도 빠듯합니다. 통상 2주 안팎의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소명해야 할 항목이 여러 개다 보니 한정된 시간 안에 부지런히 서류를 취합해야 합니다.
이때 제출 기한을 놓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허위로 작성했다 적발될시 최대 3000만원을 징수해갑니다.
실소유자인데도?
이 자금소명 절차제도의 취지는 '시장교란 행위' 단속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12월, 국토부는 부친에게 106억을 무이자로 차용 받아 130억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 등의 이상거래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사례일까요? C책임 부부가 매수한 아파트의 매매가는 9억. 지난 11월, KB부동산이 발표했던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인 10억9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대입니다.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가 실수요자들에게도 크게 제약을 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죠.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이제는 집을 사는 것만으로 끝이 아닙니다. 사고 나서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안심하고 있다가 뒤늦게 낭패를 보기 전에 미리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두는 걸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