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물병이 보이면 안 됩니다."
지난 27일 오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신사옥 '1784'에 방문하는 행사가 진행되기 직전, 현장 관계자는 후텁지근한 날씨를 고려한 듯 생수를 나눠주며 참석자들에게 안내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까닭에 국토부-네이버의 공식 행사장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하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병부터 신경 쓴 김 장관의 이날 행보는 10여분의 '공식 일정' 만 취재진에 노출됐다. 김 장관은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3시 전에 도착하지 못한 까닭에 양쪽 인사들의 간담회는 15분 가까이 지연됐다. 김 장관은 이날 기존 일정이 있어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따로 만나고 왔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엔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현장의 사고수습본부도 급히 방문했다. 애초에는 경기 안양시 평촌에서 새싹기업(스타트업) 간담회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행사 시작 40분 전에 서소문 사고현장 방문으로 변경한다고 출입기자들에게 알렸다. 대형 사고로 논란이 큰 현안 현장이었지만 이 방문 역시 언론 비공개로 진행됐다.
일련의 조심스러운 장관 행보는 '설화(舌禍)'를 경계해서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28일 세종시 국토부 기자실에서 '이재명 정부 1년 국토교통부 성과와 현황'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예정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난 25일 급히 취소했다. 배경 해석은 분분하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신중한 태세를 보이려 한다는 시각이 힘 있다.
앞서 서울 삼성역 GTX-A 철근누락 문제에 대한 공방이 오가면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측은 국토부 관계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한 상황이다. 간담회 취소 후 벌어진 일이지만 철거 중인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 역시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시 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3시간 쪼개기 공사'가 문제?…서소문고가 붕괴 쟁점은(5월27일)
▷관련기사:GTX 철근누락 국토부·서울시 '설전'…현대건설 "저희 질책해달라"(5월20일)
국토부는 김 장관의 네이버 방문 때 출입기자 동행 취재 일정도 오락가락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국토부는 김 장관의 네이버 방문 및 간담회를 1시간 진행하고, 이후 40분간 사옥 탐방하는 장관을 기자들이 동행 취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불과 17분 뒤 이를 취소했다. 네이버가 보안 문제를 들며 동행 취재는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었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탐방하는 곳이 보안 시설까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네이버가 기자 동행을 배척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민감한 시기에 기자들의 장관 밀착 취재가 설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해 국토부가 번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에서의 김 장관의 언행이 공개된 시간은 10분뿐이었다. 네이버가 자사 임원 손지윤 정책전략 리더(전무), 네이버클라우드의 배성준 전무를 소개한 이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 장관은 "젊어 보여서 전무가 맞으신가 했다"며 "전무라고 하면 저처럼 머리도 좀 빠지고 흰머리도 나고 그런 분들로 생각했는데, 젊은 직원 중심으로 일하는 네이버를 국토부가 잘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인사치레 발언이다.
그런데 손 전무는 1974년생, 배 전무는 1972년생으로 50대 나이다. 또 둘은 각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신남방통상과장을 맡았던 공무원 출신이다. 1966년생인 김 장관에 비해 젊다고는 해도 관가 출신 중년 기업인들에게 어울리는 립서비스라기엔 민망했다. 공식 행사 민간기업 파트너의 신상 파악도 소홀했던 셈이다.
국토부의 네이버 방문은 플라스틱 물병 감추기로 시작해 민망한 인사치레로 공개 일정을 마쳤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난 이튿날, 현안과 밀접한 각료의 일정은 공개와 비공개를 오락가락했고 알맹이도 없었다. 만약 28일 예정됐던 기자 간담회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무슨 말이 오갔을까? 선거를 앞두고 그저 여당 국회의원 출신 장관 보위에 급급한 국토부의 속이 보이는 듯해 껄끄러운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