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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낳지 말아야 할 자식(?) 대우건설

  • 2018.10.26(금) 09:57

이동걸 산은 회장, 국감서 '인수해선 안될 회사' 언급
대우건설 사기 저하…매각주체 부적절 발언 지적

("인수해선 안될 회사를 인수한 적이 KDB생명이 처음인가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대우건설, 대우조선…취임 이후에는 한건도 없습니다. 4~5년전 이전 정부에서 산은의 의사와 관련없이 인수해선 안되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대우건설은) 당분간은 인수 기업도 없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나오면 언제든 팔 용의가 있습니다."


얼마전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답변입니다. 대우건설은 KDB생명, 대우조선과 함께 산업은행이 인수해선 안될 회사가 돼 버렸는데요.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장면이 문득 생각 나는 것은 왜일까요. 부잣집이나 어느 재벌기업을 보면 꼭 다 큰 '못난 자식' 한명 나오잖아요. 부모는 '낳지 말아야 할 자식'이라며 폭언을 퍼붓기도 합니다. 이런 폭언은 집안에서나 밖에서나 장소를 가리지 않죠. 그 못난 자식은 사회에서도 당연히 적응을 못할 테고요.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주인입니다. 앞으로 대우건설의 가치를 올려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매각 주체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동걸 회장의 발언이 대우건설 입장에선 더욱 뼈아픈 것이고요.


실제 최근 만난 대우건설 한 직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하더니 인수해선 안될 회사라고 답변하는 모습을 보니 직원들도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대우건설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1년 3조2000억원에 금호아시아나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요. 이후 올해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호반으로의 매각 금액은 약 1조6000억원이었습니다. 몸값이 절반으로 쪼그라든 셈인데요.

그만큼 대우건설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얘기겠죠. 그 사이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대규모 해외사업 손실 등에 따른 빅배스로 한 분기에 1조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요. 올해초 호반으로의 매각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도 갑작스레 튀어나온 대규모 해외손실이었습니다.

수익성은 악화했고, 시장의 신뢰까지 추락했는데요. 매각 실패까지 이어지면서 산은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게 사실입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김형 대우건설 사장을 선임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2~3년 후 매각'을 공공연히 강조했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9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우건설은 2~3년 재정비하고 정상화시키면 남북경협 이슈도 있고 시장이 좋아지면 가치가 2배 정도 뛸 가능성이 있다"며 "서둘러 팔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고요.

대우건설의 가치나 전망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건데요. 대우건설도 김형 사장을 필두로 잇단 해외사업 부실로 인해 떨어진 수익성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국내 주택경기 침체와 해외 수주 가뭄 등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에서 굵직한 해외사업을 이끈 토목전문가인 만큼 김 사장은 취임 이후 해외사업장을 둘러보고 발주처 등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합니다.

이번 주에도 사업장이 있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와 나이지리아를 방문 중에 있는데요. 취임 이후 줄곧 싱가포르, 폴란드, 알제리, 모로코 등 해외현장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최근 몇년간 전임 사장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 대우건설 직원들 역시 김 사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깁니다.

 

▲ 이동걸 산은 회장


그런 와중에 이동걸 회장의 국감장에서의 답변은 조직에 찬물을 확 끼얹는 느낌입니다. 사기를 꺾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물론 국정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의 책임 회피가 하루이틀 얘기는 아닙니다. 기관장으로서 산은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테고요.

문제는 이런 발언이 단순히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결국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은 산은의 몫입니다. 주인이 나서서 '인수해선 안되는 기업'이라고 선을 긋고 낙인을 찍는 것이 의도야 어떻든 시장에서 좋게 보일리 없습니다. 내가 '못난 자식'이라고 하면 남들도 못난 자식으로 보는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금호아시아나가 다시 토해낸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 2011년입니다. 4~5년 전이 아니라 이미 한참 전의 얘기입니다. 비교적 근래에 인수했던 또다른 '못난 자식' 대우조선과 달리 인수를 잘했다 잘못했다 얘기를 할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다는 겁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는 사실도 변화지 않는 것이고요.

 

당시 국감장에서도 김종석 의원은 "인수해서 안될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경영이 계속 악화했는데, 악화는 막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더군요. 이동걸 회장 역시 "그부분은 저희도……"라며 말문을 흐렸고요. 이어 "민영화 과정에서 한때 무리한 경영을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고 그 부분을 시정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회장의 발언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단순히 책임 회피에 급급해 실망스런 답을 내놨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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