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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회장 1년' 이동걸은 변하지 않았다

  • 2018.09.11(화) 18:05

이동걸 산은 회장, 취임 1주년 '소신 발언'
"대우건설 노조, 주인의식 결여 모럴해저드"
"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 혁신 없다"

 

"컴플레인(complain, 불평) 하나 할까요?"

11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불쑥 꺼낸 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 등 매각에 실패한 기업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 회장이 답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작심한 듯 말했다.

 

2009년 한국금융원구원장을 갑자기 사임하며 "연구원을 정부의 Think Tank(두뇌)가 아니라 Mouth Tank(입) 정도로 생각한다"며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노조에서 밀실·졸속·헐값매각이라 반대했지만 (기업을)매각하는 과정이 공개되는 경우가 있느냐"며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당시 주가보다 프리미엄이 20% 붙었는데 헐값매각을 강행했다는 언론의 지적이 나왔다"며 "문제는 결국 못팔았으면 칭찬해야하는데 못팔았다고 또 야단"라며 "이래도 저래도 욕을 먹었다"고 말했다.

올해초 산은은 보유중인 대우건설 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려했지만 최종협상과정에서 대우건설의 모로코 발전소 손실이 발견되면서 협상이 깨졌다. 2010년 3조1785억원에 인수한 대우건설을 1조6000억원 가량에 팔기로 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이 회장은 "헐값 매각 논란에 산은이 잘못했다, 회장이 제대로 했느냐는 비난에 곤혹스러웠다"며 "회장 입장에선 골치 아프니 자기 임기 지나고 하고 싶겠지만 (난) 욕먹더라도 팔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 입장은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이 정답"이라며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건설은 2~3년 재정비하고 정상화시키면 남북경협 이슈도 있고 시장이 좋아지면 가치가 2배 정도 뛸 가능성이 있다"며 "서둘러 팔 생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 노조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구조조정 기업 관리가 어려운 핵심 이유는 기업의 모럴해저드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항간엔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팔기 싫어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전 반대(로 생각한다)"라며 "산은 밑으로 들어오면 어떤 기업도 나가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건설 노조에서 매각을 반대했지만 (그들은) 산업은행 그늘에서 벗어나기 싫어한다"며 "주인의식이 결여돼 모럴해저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결정으로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떠안은 것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구조조정을 더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의지다.

그는 "이전 정부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해 싫든 좋든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떠맡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10년간 미뤘던 구조조정을 제 임기중엔 다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겟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경제가 초토화돼 앞으로도 뒤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위험 요인을 빨리 제거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부동산에 쏠린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국내에 흔한 것이 돈과 청년"이라며 "부동산에 1000조원대 돈이 몰려있고 취업 못한 청년들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에서 혁신기업의 창업이 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국내 제조업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리드는 못하면서 누군가가 우리를 따라올 수 있다는 절박감에 대처했어야 했는데 지난 십여년 동안 이에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계에 다다른 제조업은 혁신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산은이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 산은의 역할은 전통 제조업 업체를 재정비하고 신사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남북경협도 적극 지원하고 금융의 글로벌화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종잣돈도 확보했다. 이 회장은 "올해 정부로부터 5000억원을 증자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책은행도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구조조정을 하면서 산은은 천문학적인 돈을 까먹었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돈을 안대주니 정책금융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연말에 이익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벌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지엠(GM)이 이사회를 통해 신설법인 안건을 낸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산은은 신설법인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지엠측에 요구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협약에 위반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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