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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 그늘]②'개발이익', 누구의 몫인가

  • 2018.11.13(화) 11:05

그린벨트 지정에 울고, 토지수용에 또한번 우는 원주민
토지보상 개선됐다지만 '시장가격'과 '기대가치' 괴리
국토부 "공익에 우선 개인 재산권 침해 반성, 개선 검토"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마포구 일대 재개발 과정에서 미국 시민권자인 서모씨가 자신의 부동산에 대해 적정가격으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투자자·국가간소송(ISD)중재의향서를 한국정부에 접수했다. 이후 올해 7월 ISD 중재신청서를 홍콩국제중재센터에 제출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근거로 한 ISD 첫 제소였다. 앞서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잇따라 서모씨 부동산에 대한 보상금을 산정했지만 서씨는 '시장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거부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국토교통부는 전국 각지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부동산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한 용역도 발주해 진행하고 있다. 이 일은 정부뿐 아니라 관련 업계와 학계 역시 주목하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보상금 산정은 늘 논란이 돼 왔다.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토지보상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가격이 반영되지 않는데 대한 논란이다. 반면 한미FTA상 보상체계는 투자자 관점에서 시장가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 그린벨트,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 제약 

 

지난해와 올해 서울과 수도권 인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남양주 진접2, 구리 갈매역세권을 비롯해 광명하안2, 성남신촌 등의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곳 주민들은 토지보상금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구에선 아예 공공주택지구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협의를 통해 보상이 이뤄지고 있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 중에서도 토지보상금 산정방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고 과거보다 보상 수준도 나아지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03년 토지소유자추천평가제도가 도입되면서 토지보상액은 큰폭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는 기존에 사업시행자가 감정평가업자 2명을 추천해 토지보상액을 산정했던 방식에서 사업시행자, 토지소유자, 시도지사가 각 한명씩 추천해 총 3명의 감정평가업자가 감정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서 산출하는 방식이다.

물론 각 사업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처한 입장이 모두 제각각이란 점을 생각하면 토지보상금이 많다 적다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토지보상체계가 여전히 원주민들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곳들 대부분이 기존에 개발제한구역(이하 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곳 원주민의 반대는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애초 그린벨트 지정 역시 땅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졌다. 땅주인은 이 때문에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았다. 그 사이 수도권의 경우 주변 땅값은 대부분 올랐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역시 사실상 땅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지고 이후 토지수용 과정에선 주변의 시세에 못미치는 값으로 땅을 내놔야 한다는 데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03~2007년간 전국 평균지가는 26.87% 상승했고 전국 공시지가는 87.16% 상승한 반면 사업지구내 공시지가는 155.28% 상승했다. 2001~2005년 전국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3.34% 상승한 반면, 보상단가는 연평균 18.64% 상승해 보상단가가  일반물가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보고서 내용  발췌)


◇ 보상금+이주대책 여전히 미흡

토지보상액은 사업지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직전 발표된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본으로 가격을 산정한다. 대략 공시가격의 150%에서 많게는 200%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토지이용제한이 돼 있는 상태에서 보상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주변의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평가과정에서 '기타요인'으로 시세를 반영하고 있지만 해당 시세는 주변의 그린벨트가 해제된 지역의 시세와는 차이가 난다.

 

한국감정원 한 관계자는 "보상제도와 이론상으로는 시장가격으로 보상해주고 있지만 여기에 반영하는 시세는 결과적으로 과거의 실거래가이고, 주민들이 생각하는 기대가치나 이를 반영한 호가가 반영이 안되면서 괴리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주할때 양도세 등의 세금과 등기 등 각종 부대비용을 제해야 하고, 또 이미 주변의 땅값이나 집값도 올라 보상금만 갖고는 갈 만한데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오랫동안 피해아닌 피해를 입어왔지만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미미하다"고도 지적했다.

토지보상과 별개로 이주대책 차원에서 공람공고 1년 전부터 거주를 한 경우엔 이주자택지를 주고 축산·농업 등 생계와 관련해 영업을 하고 있는 원주민들에겐 상가용지를 싼 가격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이 땅은 1회에 한해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개발정보업체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과거 대규모 단지의 입지 좋은 곳들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지만 요새는 프리미엄이 별로 붙지 않아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토지)조성원가가 쌀 때와는 프리미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개발이익, 사업자와 분양자 '공유'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땅을 개발해서 나오는 개발이익으로부터 땅주인이 배제되는 데에서 논란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가령 공공주택지구에서 땅주인에게 평당 100만원을 보상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 사업 시행자는 이 땅을 평당 1000만원에 건설사에 넘긴다. 해당 건설사는 이를 2000만원, 3000만원에 분양한다. 개발이익은 사업시행자나, 건설사, 최종적으로 분양받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실제 남양주 진접2지구 한 주민은 "공공주택지구에 묶인 농지를 평당 100만원 이내로 보상해주면 LH는 택지를 조성해 건설사에 700~800만원에 매각하고, 상가지역은 2000만~2500만원 분양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면서 "개발이익은 결국 LH와 건설업자들이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땅사부일체'를 낸 정연수 네이버 카페 '토지스쿨' 소장은 이 책에서 "토지 수용 과정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로 면적이 작은 경우가 많아 보상금 또한 적다"며 "국가는 보상해준 토지로 택지를 만들어 다시 분양을 통해 도시화를 만드는데 그 때문에 농림지역에서 이익을 보는 실질 주체는 국가"라고 언급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도 "결국 개발로 인한 가치상승분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인데 우리의 법체계는 개발이익을 배제하자는 것이었지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국책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시가반영이나 이익공유의 문제는 토지보상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이보다는 이주자의 정신적 피해까지 포함하는 생활보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개발이익 배제 원칙에 따라 법체계의 변화와 사회적 공감대 등의 큰틀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이주비용이나 기타 영업에 발생하는 영업손실, 영업 이전에 필요한 건물을 구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물론이고 이주공간 마련과 관련해 발생하는 임대비용이나 취득에 들어간 금융비용, 각종 수수료 기타 감정평가사나 법률가의 조언을 얻는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상하고 있다.

 

미국도 소유자와 임차인, 거주자와 비거주자 등을 구분해 구입비차액이나 임차료 차액, 이전비, 대체주택 등의 실비·정액 규정을 상세히 두는 등 구체적인 유형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보상체계에 대한 일정부분 보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김복환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지금까지의 토지수용 제도는 개인의 재산권을 쉽게 침해한것 아니냐는 반성을 하고 있다"며 "공익성 검토를 면밀히 해 수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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