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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쟁점Ⅰ]잊을만 하면 나오는 '로또 아파트'

  • 2019.06.05(수) 09:40

HUG, 분양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고무줄 분양가도 논란
심사기준 변경 검토, 자칫 로또 심화 우려도
"분양가-시세 차이 크면 시장 왜곡, 균형 필요"

주택 시장에 '적정 분양가'라는 난제가 부상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지만 심사 기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주택 가격의 변동성도 커 '로또 청약'과 '고분양가'를 오가며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공공택지에서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지난해부터 분양 시장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가 '로또 청약'이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당첨만 되면 많게는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되면서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분양가가 낮으면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시세보다 싼 가격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소수의 당첨자들에게 시세차익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심화됐다. 최근들어선 고무줄 심사에 대한 논란과 함께 심사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HUG 역시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분양가 산정기준을 손보기로 하면서 향후 청약 시장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에 마련된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 내부 모습. 이 단지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4489만원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돼 1순위 청약에서 최고 경쟁률 422.25대 1을 기록했다. /채신화 기자

◇ 당첨만 되면 수억원 시세차익 '로또' 줄이어

HUG는 지난 2017년 3월 31일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시행해 인근 지역보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했다.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분양가를 통제하자 시세보다 싼 아파트들이 등장했다. 이는 로또청약 열풍을 불러왔고 청약시장을 더 들끓게 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단지가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이다. 이 단지는 3.3㎡(1평)당 평균 분양가가 4489만원으로 책정돼 당시 시세보다 4억원 이상 저렴하게 나와 '강남의 로또'로 이목을 끌었다. 모든 타입이 9억원 이상으로 중도금 대출이 막힌 고가 아파트임에도 평균 청약경쟁률 41.69대 1, 최고 경쟁률 422.25대 1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북위례에서 로또 단지가 줄지어 나왔다.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민간 분양 아파트인 ‘송파 위례리슈빌 퍼스트클래스’는 지난 4월 3.3㎡당 평균 분양가가 2170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최대 1000만원가량 낮게 책정됐다.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465가구 모집에 총 3만2623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70.16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강북에서는 지난달 분양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가 꼽힌다. 성북구 분양 최고가(3.3㎡당 평균 분양가 2289만원)를 기록했지만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2억원가량 낮아 로또 아파트로 인식됐다. 1순위 청약 당첨 가점 평균이 64.80점에 달했으며, 평균 청약 경쟁률은 32.64대 1이다.

업계에선 이들 단지의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데는 절대적인 금액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결국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일반분양 아파트의 1~2순위 청약경쟁률은 30.22대 1로 집계됐다. 전년(12.94대 1)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서울과 전국의 청약경쟁률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서울은 전 자치구가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다. 2017년은 전국(12.43대 1)과 서울(12.94대)의 경쟁률이 엇비슷했던 것과 달리 2018년엔 서울 지역이 전국(14.96대 1)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HUG의 심사로 인한 분양가 조정 등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는 분양가에 시세가 일정 수준 반영되면서 HUG의 보증심사가 느슨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로또 단지는 줄었으나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공공택지 분양을 앞두고 있어 여전히 로또 청약의 불씨는 남아 있다.

◇ '고무줄 논란' 분양가 심사기준 바뀌나

지속되는 논란에 HUG는 최근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서 발급을 위해 적용하던 분양가 심사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이재광 사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주변시세 외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다른 기준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근 지역(반경 1km 이내 또는 동일 구 내)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 전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

그러나 같은 자치구라고 해도 동마다 가격 차이가 다르고, 거리를 산정하는 기준 등 심사기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룰을 손보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HUG 관계자는 "시장에서 분양가와 관련해 로또 분양 등 여러 시각이 있어서 올 초부터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을 검토해 왔다"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사전 공개 가이드라인 없이 상반기 중에 변경된 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로또청약 논란이 고분양가 논란으로 옮겨가면서 HUG가 좀 더 보수적인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추측도 내놓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직전 공급 물량, 주택보급률, 인근지역과의 가격 대비 등의 심사 기준을 좀 더 보수적으로 강화해 분양보증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분양가를 더 옥죄는 쪽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분양가는 안정화될 수 있지만 '로또'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 연구위원은 "아직 규제가 필요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분양가가 시세 대비 지나치게 낮아지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청약이 과열되면 정말 주택 구입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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