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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통제 후폭풍]브라이튼 여의도·둔촌주공 향방은?

  • 2019.06.14(금) 14:26

HUG 분양가 통제에 14년만의 여의도 분양 '스톱'
브라이튼, 여의도 인근 단지들와 비교 어려워
둔촌주공, '거리냐 규모냐' 조합원들간 논쟁
비교 아파트 단지를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분양가 큰폭 차이

# 14년 만에 여의도에 신규 분양하는 단지인 '브라이튼 여의도'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로 좀처럼 분양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교사업장 선정기준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을 정해야 하는데, 모두 준공 10년이 넘어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분양가 산정기준도 더 강화돼 업체가 예상하는 분양가보다 실제 산정가가 1000만원 이상 낮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분양가 산정시 비교 사업장을 어디로 보느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거리로만 따지면 강동구 일대 아파트 중 기준을 삼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 수준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해진다. 일부 조합원은 브랜드·규모까지 고려하면 송파구까지 범위를 확대해 더 비싼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UG의 새 분양가 심사기준이 공개된 이후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 산정에 애를 먹고 있다.

강화된 심사 기준에 맞춰 가격을 산정하면 분양가가 시세 대비 과하게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 사업장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내리는데,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혼란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곳이 '브라이튼 여의도'와 '둔촌주공'이다. 이들 단지는 가뜩이나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비교 사업장에 따라 분양가가 크게 바뀔 수 있어 HUG와의 분양가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 새 아파트 없는 여의도, 가격산정 어떻게?

브라이튼 여의도는 분양가 산정을 위한 비교 사업장을 정하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HUG에 따르면 비교 사업장은 분양 예정지에서 1km 이내 단지 가운데 입지, 규모, 브랜드 중 2개 항목 이상이 유사한 곳으로 선정한다. 선정 순서는 1년 이내 분양사업장→1년 초과 분양사업장→10년 이내 준공 사업장이다.

분양 예정 사업장 인근에 분양한 지 1년이 안 된 아파트가 있으면 이 아파트의 평균분양가 내에서 분양가를 산정하면 된다.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가 없으면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아파트를 비교 사업장으로 잡을 수 있는데, 이 때는 평균분양가의 105% 이내에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아파트가 없으면 준공일로부터 10년 이내 아파트를 비교 사업장으로 선정한다. 이 경우 평균분양가에 주택가격변동률을 적용한 금액, 해당지역(시·도) 최근 1년간 평균분양가격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다만 평균매매가의 100% 이내여야 한다.

문제는 브라이튼 여의도가 들어서는 영등포구 여의도동31(옛 여의도 MBC 부지) 반경 1km엔 최근 분양한 아파트뿐만 아니라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도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지은 아파트가 2008년 4월 준공한 '여의도 자이'(한성아파트 재건축)다.

HUG 관계자는 "반경 1km 이내 비교 사업장이 없을 경우 해당지역(동일 구)에서 1km씩 반경을 넓힐 수 있다"며 "동일 행정구역(시·군·구) 내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가 없으면 예외적으로 '동일 생활권'이라는 개념이 적용돼 인접한 자치구로 적용범위를 확대한다"라고 말했다.

영등포동까지 반경을 넓힐 경우 가장 최근 분양한 단지는 2017년 10월 분양한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이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2200만원 수준이었다. '1년 초과 분양' 기준을 적용해 당시 분양가의 105%로 계산하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평균 분양가는 2310만원 이하로 책정돼야 한다.

그러나 여의도동과 영등포동의 입지 및 시세가 다른 만큼, 영등포동에 위치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잡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년 전 여의도동에 분양한 '여의도 자이'의 최근 거래가(1월)는 전용 148.94㎡가 17억6500만원(31층)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3.3㎡당 3910만원이 넘는다. 1976년 지어진 재건축 아파트인 '공작 아파트'도 지난 5월 전용 125㎡가 16억5000만원(6층)에 팔렸다. 평당 계산해보면 4356만원이다.

반면 영등포동에선 1998년에 준공된 '경남아너스빌'이 지난달 84㎡가 7억7000만원(13층)에 매매됐다. 평당 3000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브라이튼 여의도 측에선 사업 예정지 인근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게 더 유리한 셈이다.

아울러 여의도 브라이튼의 부지 매입 가격이 6010억원,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시행사인 신영 측은 3.3㎡당 4000만원 초반의 분양가 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UG가 주변 시세를 고려해 3000만원대를 요구하면서 분양가를 협의하지 못하고, 다음달 오피스텔 부분만 먼저 분양하기로 한 상태다.

신영 관계자는 "비교 사업장 선정 잣대가 모호한 편이라 사업팀에서 분양가를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후분양보다는 최대한 올해 안에 분양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둔촌주공 분양가 "거리냐 규모냐"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도 비교 사업장 지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단지는 준공 연도와 거리로만 따지면 인근에 비교할만한 사업장이 많다. 그러나 규모, 브랜드 등을 고려하면 동일구 내에선 둔촌주공과 동일선상에 놓을 만한 사업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와 향후 논쟁이 예상된다.

거리로만 봤을 땐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 강동팰리스'(2013년 분양), '고덕그라시움'(2016년 분양), 'e편한세상 강동에코포레'(2017년 분양), '고덕자이'(2018년 분양) 등이 비교 사업장이 될 수 있다.

래미안 강동팰리스나 고덕그라시움이 비교 단지로 정해지면 '10년 이내 준공' 기준이 적용돼 최근 1년간 서울시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인 2569만원(4월 기준) 이하 또는 평균매매가의 100% 이내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비교 단지가 e편한세상 강동에코포레가 되면 '분양 1년 초과' 기준이 적용돼 평균 분양가(2120만원)의 105%인 2226만원 이하로 분양가가 산정된다. 고덕자이도 마찬가지의 기준이 적용돼 당시 일반분양가(2445만원)의 105%인 2567만원에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이들 중 어떤 아파트를 비교 사업장으로 정해도 둔촌주공 조합원들이 원하는 분양가와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된다.

둔촌주공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평당 3300만~35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석면 사태,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8개월 가량 지연된 데 따른 사업비용과 시세 등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일부 조합원은 인근 아파트들을 비교 사업장으로 잡기엔 규모, 브랜드 순위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둔촌주공의 규모가 1만2000가구에 달하는 만큼 비슷한 규모의 단지와 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 사업장 선정을 위해선 지역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동구와 인접한 송파구에 있는 '헬리오시티'(2018년 준공, 9510가구)가 거론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둔촌주공 조합원이라고 밝힌 A씨는 "사업장 인근 아파트들은 가구수가 둔촌주공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토지 공시가격을 비롯해 가구 규모, 브랜드 등을 고려하면 인접한 자치구인 송파구에 있는 헬리오시티와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리오시티를 비교 사업장으로 잡을 경우 '10년 이내 준공' 기준이 적용돼 평균매매가 3.3㎡당 4708만원(작년 기준) 이내에서 분양가를 심사받을 수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 관계자는 "조합과 HUG가 비교 사업장 선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며 "워낙 대단지인데다 일반분양 물량이 5000가구 이상이라 후분양 보다는 최대한 올해 안에 선분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UG의 새로운 분양가 산정방식이 오는 24일부터 적용되면 이들 단지처럼 비교사업장 선정 등에 따른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새 산정기준에 영향을 받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과 HUG의 분양가 줄다리기가 '연장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이미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HUG의 분양가 규제 때문에 분양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산정기준이 더 강화됐다"며 "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비교 사업장 기준 등은 심사기준이 모호해서 논쟁의 여지가 너무 많다"며 "이렇게 되면 분양이 계속 미뤄지거나 뒤늦게 후분양을 검토하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조합도 실수요자도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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