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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에서 '전문 조합장' 외치는 이유는

  • 2020.05.19(화) 17:12

조합장 비리‧업무 능력 부족 등에 해임 사태 빈번
전문조합관리인체제 거론되지만 실제 적용 여부 '갸우뚱'

'전문 조합장', 'CEO 조합장'

아직은 낯설기만한 데요. 내부 조합원 중 투표를 통해 조합장을 선출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정비사업 전문가를 영입해 조합장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전문조합관리인'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겁니다.

4년 전 도입된 제도이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거론되고 있는데요. 특히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1만2032가구)에서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채신화 기자

전문조합관리인제도는 지난 2015년 '9‧2 주거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나왔습니다. 기업의 전문경영인처럼 외부에서 정비사업 전문가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각종 비리를 막겠다는 취지였죠.

이후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하 도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식 도입됐습니다.

조합 임원이 사임, 해임, 임기만료, 그 밖에 불가피한 사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부터 6개월 이상 선임되지 않을 경우 시장·군수 등이 특정 요건을 갖춘 자를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정해 조합임원의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해도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할 수 있고요. 임기는 3년이고 연임도 가능합니다.

전문조합관리인 자격은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건축사, 감평사, 기술사 자격 취득 후 정비사업 분야에 5년 이상의 경력자 ▲조합 임원으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정비사업 관련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입니다.

'전문 조합장'이라는 점에서 조합의 전문성 부족이나 조합 임원의 부재 등으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요.

특히 현 정권에서 분양가 규제 등 주택 정책이 자주 바뀌는 만큼 조합이 당면한 정책적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단지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횡령이나 커넥션 등의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고요.

이에 마포구 아현4구역은 2012년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싸고 조합장을 해임한 뒤 2017년 유일하게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정법 시행령에 전문조합관리인이 등기 사항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정식 조합장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제한이 생기면서 전문조합장이 정식으로 선정된 곳이 없었는데요.

2019년에 이런 제도점 허점이 보완되고 올 들어 둔촌주공에서 다시 전문조합관리인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놓고 HUG와 좀처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요. 7월 내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데 분양가 씨름이 길어지면서 기한 내에 분양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그러자 뿔이난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포함한 현 재건축조합 집행부가 해당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조합장 대신 '전문조합관리인체제'로 전환하자고 제시했는데요.

'둔촌주공 조합원모임(3300여명)'은 이달 소식지를 통해 "더 이상의 사업지연을 방지하고 분담금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집에 입주하기 위해 조합장 해임 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건축사, 기술사 등 총 3인의 후보를 섭외했다" 전했습니다.

이 밖에 개포주공4단지, 서울역 센트럴자이, 답십리14구역, 우암2구역, 헬리오시티 등에서도 전문조합관리인 체제를 요구하는 일부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도입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외부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이는 데요. 아무래도 조합원보다는 조합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고 사업 추진 의지도 적을 수 있다는 겁니다.

조합 내부에서 조합장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듯 하고요. 이른바 '스타 조합장'들도 여러 사업장에서 강연을 요청하기는 하지만 정작 조합장으로 영입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자격 기준이 높고 임금 수준은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근로조건, 처우 등은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전문조합관리인의 경우 현 조합장들의 연봉보다 낮게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조합관리인제도는 6개월에 한두건 정도로 문의가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도입한 곳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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