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까지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모든 행정처리를 불허하겠습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지난 15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발언은 면담에 동석했던 강동구청 재건축공공관리팀 관계자와 조합원들을 통해 확인됐다.
8월 8일은 조합 집행부 전체 해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조합원 총회일이다. 조합 집행부는 그 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로 분양을 추진하려 하고, 비대위격인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원모임(이하 조합원모임)은 이를 저지하며 맞서왔다.
하지만 강동구청이 조합 집행부의 해임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행정행위(분양승인 등)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둔촌주공의 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오후 1시, 푹푹 찌는 더위에도 강동구 둔촌동 대우건설 현장사무소 인근에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원 수백명이 모였다. 이들은 양산이나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도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 '집행부 사퇴', '분양가 인상' 등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오후 2시에 열리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대의원회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대의원회가 처리하려는 주된 안건은 ▲조합장 직무대행자 선임 ▲상한제 적용 관련 업무 진행 ▲HUG 분양보증 신청 및 분양승인 등이었다.
조합 집행부는 이날 상한제 적용시 분양가와 HUG가 제시한 분양가를 비교해보고 '분양 노선'을 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HUG가 제시한 분양가는 3.3㎡(1평)당 2978만원, 조합이 용역 의뢰한 상한제 적용 분양가는 평당 최고 2637만원이다. 조합 주장대로라면 상한제 적용시 분양가가 HUG가 제시한 금액보다 300만원가량 낮아진다.
조합원모임은 대의원회가 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여 상한제 유예기간(7월28일)내 분양신청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상한제 전 분양'을 추진했던 최찬성 조합장이 분양가 논란에 사퇴했으나, 이날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조 모 총무이사가 조합원총회를 생략하고 HUG에 분양보증 신청, 강동구청에 분양승인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조합원모임은 집행부 해임 결의서를 모아 왔다. 이날 대의원회 개최 장소에 모여 대의원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퇴"를 외치며 압박했다.
대의원 총 105명중 6명 이상 사퇴해 100명이 미달되면 대의원회를 열 수 없다. 조합원들이 대의원들의 현장 사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의원 절반 이상이 참석하면서 대의원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조합원모임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 모임에 따르면 상한제 적용시 HUG가 제시한 평당 분양가보다 600만원가량 높은 36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직장에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했다는 한 조합원은 "HUG 분양가로 일반분양하면 조합원 1인당 분담금 1억2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을 다 합하면 34평 기준으로 13억원 정도 내는 셈인데 일반분양자들은 10억원 수준에 가져간다는게 말이나 되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조합 집행부가 제시한 상한제 적용 분양가는 둔촌2차 현대아파트 택지비를 기준으로 한건데 강동구청은 고덕아이파크를 기준으로 보겠다고 했다"며 "구청 기준으로 따지면 택지비 평당 2800만원에 표준건축비 600만원만 더해도 평당 분양가 3400만원이 나온다"고 말했다.
강동구 상일동 벽산빌라의 분양가를 예로 들기도 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지난 13일 강동구에서 분양가 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벽산빌라의 상한제 적용 분양가는 평당 2730만원이다. 이 빌라의 공시지가가 ㎡당 488만원, 총 100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둔촌주공(공시지가 ㎡당 881만, 총 1만2000가구) 의 분양가 추정액은 평당 3527만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대의원회가 진행되자 조합원들은 강동구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합원들은 이정훈 구청장을 기습적으로 만나기 위해 집회 신청을 하지 않고 소규모로 인원을 나눠 강동구청장실을 방문했다.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총회 등 절차없이 분양 절차를 강행할 수 없도록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이 구청장에게 "8월 8일 해임총회 결과, 해임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둔촌조합의 어떤 행정행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로써 둔촌주공의 상한제 적용이 확실시되면서 분양 일정은 더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