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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후분양이 돌아왔다?…청약대기자들 '한숨'

  • 2021.06.28(월) 07:00

[인사이드 스토리]서울도 지방도 후분양 바람
택지비 및 원자재가격 인상에 '차라리 늦추자'
둔촌주공 등 청약 밀리고 분양가 오르고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후분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 열풍이 불었다가 잠잠해진지 2년 만인데요.

서울에선 잠실 미성·크로바, 둔촌주공 등 일대 '재건축 최대어'들이 후분양을 검토중이고요. 대전·부산 등 지방에서도 '완판' 자신감이 있는 단지를 위주로 줄줄이 후분양을 추진하는 분위기입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 규제 회피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굳이 후분양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지난 2019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아파트 공사 현장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를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분양가 올리자!'…2년만에 다시 후분양 바람

후분양은 공정률이 60~80% 정도 됐을 때, 한마디로 거의 다 지은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인데요.

선분양 위주의 국내 분양시장에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지만 부실시공, 입주지연, 미분양, 분양권 전매 차단을 통한 투기 방지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이번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꾸준히 독려를 해왔습니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시절 '주택 후분양 활성화방안'을 통해 후분양을 장려했다가 정권 교체 등으로 폐지됐고요. 이후 2018년 6월 국토교통부가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또다시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일단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행하고 민간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는데요. 웬걸요. 2019년에 재건축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후분양 검토가 줄을 이었습니다. 정부의 후분양 도입 취지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요. ▷관련기사: [분양가 통제 후폭풍]다시 주목받는 '후분양'(2019년 6월13일)

정부가 HUG의 분양보증을 통해 간접적으로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자 분양가를 두고 HUG와 줄다리기를 하던 조합들이 후분양으로 방향을 튼거죠. 후분양은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되거든요.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재건축 조합들이 다시 선분양으로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분양가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후분양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상한제를 적용할 때는 기본형 건축비(집값)와 택지비(땅값)를 합해 분양가를 책정하는데요.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택지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거든요. 더군다나 철근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도 폭등세라 이같은 비용을 분양가에 충분히 반영하려면 분양 시점을 미루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이같은 이유로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주요 지역에선 '재건축 대어' 단지들이 후분양을 검토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후분양을 추진하던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1888가구)는 지난 5월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사업 일정을 구체화하고 있는데요. 올해 하반기 착공, 2024년 일반분양, 2025년 입주가 예상됩니다. 

송파구 잠실진주(2678가구)도 후분양을 검토 중이고요. 광진구 자양동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일대에 추진 중인 'KT부지 첨단업무복합개발(자양1재정비촉진구역)은 후분양을 통해 아파트 1363가구를 공급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방에선 HUG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서울 재건축 시장이 떠오르네요. 대전 서구 탄방1구역, 중구 하늘채 스카이앤2차를 비롯해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과 명륜2구역, 부산진구 범천1-1구역 등이 후분양을 검토중입니다. 
둔촌주공까지?…한숨 늘어가는 청약 대기자들

후분양 바람에 애가 타는 건 청약 대기자들입니다.

선분양은 일반분양대금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지만 후분양은 자금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미분양 리스크도 적어야 합니다. 결국 후분양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완판' 자신감이 있는 주요 단지라는 뜻인데요. 주요 단지들의 청약 일정이 3년 정도 미뤄지니 수요자들 입장에선 허탈할 수 밖에요. 

분양가가 높아지는 데다 분양대금 납부 기간이 짧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선분양은 보통 분양받고 입주하기까지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중도금을 6~8회 정도로 나눠서 내는데요. 후분양은 약 1년 내에 중도금을 모두 납부해야 합니다. 지난해 분양한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를 예로 들면 중도금 60%를 6번 나눠 내는데 그 기간이 2020년 12월28일~2021년 10월15일로 1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도 막힌 상황에서 중도금을 한 번 낼 때마다 7300만원가량 내야 하니 수분양자의 부담감이 크겠죠.

분양시장 최대 관심사인 강동구 둔촌주공(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어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갑니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분만 5000가구에 달하는 '재건축 최대어'로 청약대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지만 HUG의 분양가 규제, 조합 내분 등으로 분양 일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데요. 조합원들 사이에서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를 올리자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후분양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에서 분양가를 규제하다 보니까 사업자들이 사업 수지를 못 맞춰서 고육지책으로 후분양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수분양자들이 내야 하는 분양가가 더 높아지고 공급 시기가 늦춰지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분양가 규제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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