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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대우건설도 '써밋'이고 호반도 '써밋'이네?

  • 2020.04.23(목) 11:18

치열해지는 아파트 브랜드‧네이밍 경쟁 '헷갈리네'
프리미엄 브랜드에 고급스러운 단지명 추구

'알아두면 쓸데있는 부동산 잡학사전(알쓸부잡)'은 주요 관심사에 가려 있지만 한 번쯤은 궁금해할만한 부동산 이슈를 들여다 보는 코너다. 알고 나면 업계의 상황이 더 쏙쏙 이해되고, 유용한 지식으로 쌓아둘 수 있는 얘기들을 짚어본다.[편집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이 속담은 주택 시장에서도 통합니다. 같은 값이면 이름 있는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인데요.

최근 건설사들이 재건축 아파트 수주전에서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를 내세우거나 고급스러운 단지명을 제시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통상 건설사마다 대표적인 주택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은 주택 브랜드에 같은 단어(써밋)가 들어가고요.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의 단지명으로 '래미안'이 아닌 '구반포 프레스티지'를 내걸었거든요.

주택 브랜드와 단지명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요?

◇ 브랜드 이름에도 깃발꽂기!

건설사들이 주택 브랜드를 론칭할 땐 상표 등록을 해야 하는데요.

상표법 제33조에 따르면 '그 상품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상표', '간단하고 흔히 있는 상표' 등은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일반 명사'는 상표 등록이 안 된다는 뜻이죠.

가령 A건설사가 고층 아파트만 짓겠다며 주택 브랜드로 '스카이(Sky)'를 선택해도 일반 명사기 때문에 상표 등록을 할 순 없습니다.

고유의 단어나 재창조해 의미를 부여한 단어만 상표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만든 주택 브랜드가 (시공능력평가 순) ▲삼성물산의 '래미안'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디에이치'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아크로' ▲GS건설의 '자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롯데건설의 '르엘' ▲한화건설의 '포레나' 등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브랜드가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의미 있는 네이밍을 하는데요. 공교롭게 같은 브랜드를 쓰는 건설사도 있습니다.

호반건설의 '호반써밋'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써밋'인데요. 호반건설이 주택브랜드로 '호반써밋플레이스'를 먼저 론칭한 이후 대우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푸르지오써밋'을 내놨습니다. 호반건설은 그 후 '호반써밋'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더욱 헷갈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풀네임으로 보면 각각 건설사명과 기존 주택브랜드명을 붙여서 구분은 가능하지만 가끔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써밋 브랜드가 어느 회사거냐'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서로 다른 건설사가 같은 용어를 주택 브랜드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앞서 말한대로 '써밋'(Summit)이라는 단어가 산의 정상, 절정, 정점 등의 뜻을 지닌 일반 명사이기 때문입니다. '써밋'으로만 상표 등록이 안 되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 더 고급스럽게…프리미엄 브랜드·펫네임 활용

최근엔 주택 브랜드의 고급화 물결도 거셉니다. '부촌'의 경우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일부 시공사들은 강남 등 부촌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로 만드는 추세입니다.

대림산업의 '아크로'의 경우 강남의 재건축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가 평당 1억원의 고가 아파트가 되면서 강남 진출이 용이해졌고요. 한화건설도 '꿈에 그린' 브랜드를 쓰다가 최근 '포레나'로 리뉴얼한 후 분양이 더 잘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다는건 '일반' 브랜드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기존 주택브랜드를 쓰는 단지의 입주민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바꿔달라고 해당 시공사에 민원을 넣기도 하는데요. 만약 그 요구를 들어주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한 단지 입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랍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는 건설사도 더러 있는데요. 이 경우는 단지명에 '펫네임'을 활용하면서 트렌드를 따라갑니다. 

펫네임은 단지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단지명에 붙이는 애칭인데요. 시공사 주택브랜드에 역세권을 강조하고 싶으면 '00역', 교육환경은 '에듀', 숲이나 공원 등은 '파크'·'포레스트' 등을 단지명에 조합해 사용합니다.

'르엘 신반포', '힐스테이트 부평', '과천 자이' 등 지역을 대표할만한 단지라는 뜻으로 지역명을 붙이기도 하고요. 서울과 가깝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멀리 떨어진 서울의 지하철역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명에서 주택 브랜드를 빼기도 합니다.

공동 시공(컨소시엄)할 때가 대표적인데요. 컨소시엄의 경우 시공 지분에 따라 '래미안 아이파크', '더샵 푸르지오' 등처럼 두곳의 주택 브랜드를 나열해 단지명을 만들곤 하는데요. 다수의 시공사가 참여했을 경우엔 좀 애매하죠.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3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재건축한 단지인데요. 이들 주택브랜드를 다 붙여 '송파 아이파크 래미안 힐스테이트'라고 할 순 없으니 좀 더 간편하고 세련되게 단지명을 붙인거죠.

최근엔 단독 시공이어도 차별화·고급화를 위해 단지명을 새로 짓기도 합니다.

반포3주구 시공사 수주전에선 대우건설이 '트릴리언트 반포', 삼성물산이 '구반포 프레스티지' 등으로 각각 기존 브랜드명과는 전혀 다른 네이밍을 내놓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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