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도시형주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청약 경쟁률이 수십·수백대 1을 넘어 일부 평형은 수천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파트 공급에 대한 갈증이 도시형주택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도시형주택 등의 건축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 활성화에 나서면서 아파트 대안으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청약 진입장벽이 없다는 점에서 투기수요로 인한 시장 과열이 우려되고 있고, 아파트와 거주환경이 다르다는 점 등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아파트보다 더한 청약 경쟁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대장지구에 들어서는 도시형주택 판교 'SK뷰 테라스'는 292가구 모집에 9만20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며 평균 31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전용 84㎡ 테라스 형은 경쟁률이 2311대 1로 아파트 분양에서도 보기 어려운 역대급 숫자를 썼다.
서울에서는 '힐스테이트 남산'도 평균 59.5대 1, 최고 91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웬만한 아파트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와 함께 신공덕 아이파크(35.4대 1)와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47.2대 1) 등에도 다수의 신청자가 몰렸다.
도시형주택은 국민주택(전용 85㎡ 이하) 규모로 300가구 미만인 단지로 조성된다. 아파트와 비교해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 설치기준을 완화 혹은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신속하고 저렴한 공급이 가능하다. 반대로 관리사무소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없거나 적고 외부 소음과 배치, 조경 등 건설 기준도 적용받지 않아 아파트보다 거주여건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무주택자들의 관심 밖이었다.
최근에는 아파트 청약 문턱이 너무 높고, 도시형주택도 좋은 입지에 아파트 못지않은 단지 환경을 조성하며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청약 경쟁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판교 SK뷰 테라스는 판교와 분당이 가까운 입지이고, 단지 내 순환 산책로와 솔숲쉼터 등 조경공간이 마련된다. 골프연습장과 피트니스센터 등 아파트 단지와 유사한 커뮤니티 시설은 물론 가구 당 1.4대의 주차공간과 지하창고 등이 제공된다.
총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11억~13억에 달하는 만만찮은 수준임에도 대규모 신청자가 몰린 이유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아파트 청약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괜찮은 입지에 단지 내 공동시설 등 어느 정도 수준에 맞으면 시장에서 수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선택지 넓어졌지만…접근 신중해야
최근 정부가 도시형주택 건축규제를 완화하면서 이들 주택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커졌다. 2~3인 가구도 거주 가능한 중소형 평형의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허용면적을 확대하고 공간구성도 2개에서 최대 4개로 완화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아파트처럼' 방3개 도시형생활주택‧중형평형 오피스텔 나온다(9월15일)
이렇게 되면 좁은 부지에도 단기간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거주 수요에 부합한 주택형 공급이 가능해지는 만큼 주택사업자들이 도시형주택 공급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국토교통부 설명이다. 이를 통해 주택공급 공백기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무주택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도 건축규제 완화 등을 통해 도시형주택의 거주환경이 개선돼 상품성이 좋아지면 비(非)아파트임에도 내 집 마련 선택지로 고려해 볼만하다.
특히 도시형주택은 만19세 이상 성인이면 청약통장과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 청약 가점이 낮거나 특별공급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다수의 무주택자들도 당첨을 노릴 수 있다.
다만 최근 일부 단지에서 나타난 것처럼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은 수백~수천대 1의 경쟁률로 이어져 시장 과열이나 투기수요 진입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정 소장은 "건축규제 완화 이후 (도시형주택) 상품성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입지가 괜찮은 자투리땅을 활용해 단기에 공급한다면 무주택자들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청약 과열 땐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아파트와 동일한 청약규제 등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도시형주택 상품성이 좋아진다고 해도 아파트와 차이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아파트가 접근 불가능한 수준이 되면서 도시형주택이 떠오르고 있지만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며 "지금 모든 주택 상품 가격이 올라 도시형주택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 당장 거주가 필요한 실수요가 아니라면 도시형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노후도가 빠르고 가격 변동성도 클 수 있어 무리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