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재건축'입니다. 강남 재건축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로 집갑 상승의 진앙지였습니다.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사라'고 할 정도로 돈을 풀었던 시기가 있었죠. 불과 5~6년 전이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요.
이때부터 풀린 돈은 강남 등의 주요지역 재건축으로 몰렸고요.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문재인정부에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재건축을 꽁꽁 묶었습니다.
이 묶인 재건축 봉인이 다시 풀리는듯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공약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데요. 안정을 찾는듯 했던 부동산시장에서 다시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강남·서초 '재건축'부터 꿈틀
한국부동산원 3월 셋째주(2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을 보면 강남과 서초는 각각 0.01% 상승했는데요. 강남구는 7주만에, 서초구는 8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한 겁니다. 송파구도 보합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강남·서초는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 위주로 신고가가 발생하면서 상승전환했고, 송파 역시 잠실·신천동 등 주요지역 급매물이 소진되고 호가 상승하며 보합전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의도 재건축 역시 매수세가 증가했다고 분석했고요. 마찬가지로 재건축단지들이 몰린 양천구도 보합세를 유지하며 상승 전환을 노리는 분위기입니다.
기대감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 87.5에서 87.8로 3주 연속 오름세입니다. 이같은 기세는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나타납니다. 수도권은 전주 90.1에서 90.5로, 지방은 95.2에서 95.4로 역시 오름세인데요.
실제 지방은 보합에서 0.01%로 상승전환했고요. 인천과 경기는 각각 하락폭이 축소했습니다.
재건축 기대감 어쩌나…1기 신도시까지 들썩
아직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안정세이긴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격·심리 등의 하향안정 기조가 전반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고요.
다만 홍 부총리는 "강남4구 등 일부에서 매물이 소폭 감소하고 수급지수가 반등(85.7→86.5)하는 등 국지적 불안조짐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부동산시장은 특성상 수급상황, 유동성, 기대심리 요인 등까지 얽힌 복합시장으로 정부 교체기를 앞둔 지금 부동산시장 가격의 하향안정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지금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대선 이후 시장 전망을 보합이나 약보합에서 '강보합'으로 전환하기도 했고요. 재건축이 다시 진앙지가 돼 집값 상승세를 확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휘발성이 강해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일반 집값도 따라 움직인다"면서 "특히 재건축 연한(30년)이 도래하는 1기 신도시도 맞물려 있어 집값 확산세가 커질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는 이번주 0.05% 상승했는데요.
윤석열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는데요. '준공 30년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과 맞물리면 집값 상승세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벌써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서 안전진단 면제 공약 폐기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일 테고요.
여기에 대출규제(주택담보인정비율·LTV)까지 푼다고 하니 더욱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1기 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상승을 이끌기엔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장기화된 거래 부진이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