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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부동산]재건축 규제 확 풀기엔 '집값이…'

  • 2022.03.31(목) 06:30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실거래가 뛰고 매물 실종
집값에 발목 잡힐라…규제 완화 속도전 어려울 듯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면서 전국 재건축 단지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의 노후 아파트 단지는 급매물이 쏙 들어가고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1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는 본격 재건축 절차에 접어들기 전 규제 완화 요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집값이 먼저 꿈틀거리면서 규제완화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굵직한 정책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껑충'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주(21일 기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하며 약 2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왔다. 한국부동산원은 "규제 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 위주로 신고가가 발생하며 상승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또 진앙지된 강남 '재건축'…이번엔 1기 신도시 가세?(3월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전용 183㎡는 지난 17일 59억5000만원(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이전 최고가는 작년 1월 거래된 50억원(5층)이었다. 이 아파트는 1982년에 준공돼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겼다.

또 다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58㎡는 지난 19일 51억원(12층)에 손바뀜했다. 이전 거래는 2019년 10월이 마지막으로, 34억5000만원(1층)에 팔린 바 있다.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2일 20억50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20억원·3층)을 갈아치웠다.

곧 재건축 연한에 도래하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관련 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사업성 확보가 수월한 서울과 달리 이들 단지에는 용적률 상향 등의 맞춤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경기 분당신도시 내 30여개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구성된 분당재건축연합은 지난 26일 '분당 재건축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현 시장과 차기 시장 예비후보, 시·도의원 예비후보 등과 간담회를 연이어 열고 있다. ▷관련기사: [부동산 줍줍]윤석열 '다주택자 무리한 규제' 콕 집었다(3월27일)

이런 분위기에 집값 하락세를 점쳤던 소비자들도 상승세로 마음을 돌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29일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 상승한 104를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지난달 97을 기록하며 2020년 5월 이후 1년9개월만에 100을 밑돌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수혜 예상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올랐고 전반적인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도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당재건축연합회는 26일 재건축 결의대회를 열었다 / 사진=분재연

집값 오르면 규제 완화 부담 '딜레마'

이같은 기대감이 오히려 규제 완화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 정부 출범까지 한달 이상 남았지만, 그간 보합·하락세를 보였던 집값이 벌써 상승세로 전환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직후에도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당시에도 재건축 아파트가 들썩이면서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의 칼을 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진 새 정부도 '여소야대'의 상황이라 국민의힘 의견이 즉각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의 가장 큰 대못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상승한다면 새 정부도 재초환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를 고치려면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한데 법 개정에 일부 동의한다 하더라도 폐지 수준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당분간 재건축 기대감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우상향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가격 안정'인 이상 이를 달성하려면 순차적인 규제 완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이 돼야 시장이 안정되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공급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 측도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을 의식, 속도전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0일 첫 부동산 TF 회의에서 "정비사업 규제 정상화를 논의했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단기적 시장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면밀한 이행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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