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도로공사, 도시주택보증공사(HUG)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이 잇따라 물러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권의 직간접적인 압박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당은 '정치적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만간 열리는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종합감사에서 이번에 사퇴한 기관장들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적인 이슈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가 한국공항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등 산하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정권에서도 정치권 낙하산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형택 HUG 사장, 국토부 압박 직후 '중도 사퇴'
국회와 HUG 등에 따르면 권형택 HUG 사장은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의 국정감사에 앞서 '일신상의 사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오는 12일 HUG에 대한 국감이 예정돼 있다. 권 사장은 이날 국토부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기관장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김현준 LH 전 사장이 가장 먼저 사퇴했고, 지난달에는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 수장 모두 정권교체 뒤 새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 뒤에 곧장 사의를 표했다.
김현준 전 사장의 경우 LH 일부 직원들이 회사 출장지에서 골프를 치는 등 '기강 해이' 논란이 있은 뒤 원희룡 장관이 유감을 표하면서 곧장 물러났다. 김진숙 사장은 고속도로 휴게음식값 인하를 놓고 국토부와 마찰을 빚다 사퇴했다.
권형택 사장 역시 최근 국토부가 HUG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직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HUG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건설업체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보증료 손실을 냈다"며 중간감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물갈이 이후 '정치권 낙하산?'…"객관적 평가 필요"
국토부의 압박에 이은 기관장 사퇴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권 인사들을 물갈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HUG의 경우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게 이례적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국토부 국감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권 사장은) 본인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감사를 계속하면 직원이 다칠 가능성이 있어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홍기원 의원 역시 "감사가 끝난 게 아닌데 중간 결과를 공개하면서 사장의 책임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치적인 퇴임 압박"이라며 원 장관을 질타했다. 야당은 권 사장을 비롯해 세 기관장을 오는 21일 국토위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국토부가 산하 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공항공사 노조와 국가철도공단 노조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토부 낙하산 인사를 철회하라"며 시위를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토부를 명예퇴직한 전직 간부를 두 기관의 임원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당장 최근 사퇴를 표명한 세 기관의 수장에 누굴 앉히느냐가 관심사다.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색이 짙은 인물을 선임할 경우 반발이 예상된다.
또 주로 정치권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해왔던 비상임이사와 상임감사 등의 인사도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도로공사, 에스알(SRT 운영사) 등은 임기가 끝난 비상임이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새 정권에 맞는 인물을 임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정권 사람들을 무작정 교체하기보다는 경영 평가 등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능력 있는 수장들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도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