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새 정부 중앙부처 중 처음으로 '산하 공공기관 혁신방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공공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부당한 행태를 근절토록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직원 땅 투기' 사태가 불거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동산 거래 조사 대상을 임직원 본인에서 가족까지 확대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너지사업 등 본연의 업무와 관계가 적은 업무는 이관하고 임대주택은 평수 확대 등 질적 개선에 나선다.
HUG는 보증료율 조정을 추진하고 한국부동산원은 아파트 실거래가(층→동호수) 등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 안전 우려가 커진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안전체계를 개선하고 서비스의 질은 높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하 공공기관 혁신방안 마련'해 추진 상황을 발표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23일 28개 산하기관의 자체 혁신(안) 제출을 요청하고 이후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김흥진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을 열고 "TF에서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를 거쳐서 이 방향으로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권고안 성격의 안을 마련했다"며 "이 안을 갖고 공공기관과 협의해서 10월 이후 준비되는 기관부터 구체적인 혁신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전략은 △정보 독점 등에 따른 부작용 차단 △이권 형성 예방, 복무 기준 강화 △행정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 △공공기관 기능 재정립 추진 등이다.
LH는 지난해 내부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만큼 부동산 거래 조사를 더 깐깐히 하도록 했다.
김흥진 실장은 "LH는 택지 계획, 조성부터 보상, 주택 건설까지 공공주택 공급의 전 과정을 독점하고 있어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에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며 "LH 투기 행위 조사 시 LH 임직원 등에 대한 조사대상 및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은 현행 임직원 본인에서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까지 확대하고, 조사 범위는 사업지구와 같은 동 등으로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명절 등 취약시기 및 취약 분야는 상시 감찰하고 부조리 행위 의심정황이 확인되면 기동감찰반을 즉시 투입한다.
LH 본연의 업무와 관계가 적은 집단에너지사업, PF사업 등은 조속히 폐지(담당 직원은 순환배치)하고 경영성과가 부실한 출자회사 등은 단계적으로 정리(20개)한다. 임금피크제 인력의 49%가 자문 등 현업과 관련성이 적은 별도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운영 효율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임대주택의 질적 수준 제고도 추진한다. 3기 신도시 내 임대주택은 역세권에 약 60%를 배치하고 평균면적도 최초 지구계획(부천대장 15평·남양주왕숙 15.3평 등)보다 확대한다. 마감재는 샤워부스, 펜트리 등 분양주택 수준으로 개선하고 아파트 브랜드명은 입주민 희망 시 변경토록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청약정보 등 부동산원이 독점적으로 보유한 공공 DB 공개 항목을 확대한다. 기존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층'만 공개했다면 '동호수' 등으로 범위 확장을 검토한다.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네이버 등과 공유·협업해 매물거래 성사 소요기간, 주택거래 회전율 등 신규통계도 생산한다. 내년 공시부터는 표준주택 물량 확대, 외부 검증 강화를 추진하고 공시 정보 열람 전 지자체 검증도 실시한다.
HUG는 재무건전성과 업계 여건 등을 감안해 보증료율 조정을 추진하고, 전세보증 대상 물건의 위험도에 따른 보증료 우대·할증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다만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분양보증 시장 개방에 대해선 이번 발표에 포함하지 않았다.
안전사고 문제가 반복되는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안전이 운영효율에 영향받지 않도록 한다'는 기본방향 하에 철도안전체계 개선을 추진한다. 국가 사무인 철도관제·시설유지보수 업무수행 체계를 심층 진단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원스톱 예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열차 내 화장실 악취 개선,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 수유실 냉방시설 확대, 짐칸 CCTV 설치 등 서비스의 질도 높인다.
한국도로공사는 국토부에서 위탁해 수행 중인 국도 ITS 운영·관리 업무는 국토부(지방국토청)로 환원하고 AI, IoT와 접목한 스마트 도로 관리를 실현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의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임대료율 체계 개편도 검토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024년 4단계 건설완공 시 근무체계 개선·첨단기술 도입 등으로 운영 효율화를 도모한다. 인천공항과 용유역을 운영하는 자기부상철도는 이용객이 예측 수요 대비 11% 수준에 불과해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
공공기관 전반적으로 자회사·출자회사 보유 기관은 '재취업 심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한다. 관련 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은 외부 임원으로 위촉하고 심사 대상 확대 방안도 현행 임원에서 전 임직원으로 확대한다.
계약 상대 업체에 퇴직자 재직 여부를 확인하는 등 퇴직자의 재취업 등을 통한 불공정 행위 방지 방안도 마련한다. 국토부와 산하기관 감사부서 합동으로 상시 감찰체계를 구축하고 수시 공직복무 합동점검 등을 실시한다.
김흥진 실장은 "즉시 추진이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혁신과제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