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찾은 지하철 3호선 대치역. 역사 내 벤치마다 '한보그룹'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대표하는 은마아파트, 미도아파트를 짓고 지금은 사라진 건설사의 흔적이다.
"이제 진짜 금방이다"
은마아파트 정문에 들어서자 '사업시행계획 인가 완료'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크게 보였다. 1979년 입주한 은마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지 23년 만에 재건축 '7부 능선'을 넘었다.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고 이제 관리처분인가 단계로 돌입했다"며 "종전자산 평가 및 분양 신청 등 향후 절차를 상당 부분 미리 준비했으며 조속히 이주를 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임에도 단지 내엔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한 여성이 이중 주차된 차를 힘껏 밀자 지나가던 남성이 자연스럽게 거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내부엔 '무분별한 이중·삼중 주차로 인해 소방차 진입 및 이른 아침 여러 대의 차량을 손으로 밀고 출차하는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위반 차량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니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로 주차난이 심했다.
4424가구의 은마아파트는 5850가구 규모 재건축을 위해 2028년 착공할 계획이다. 공공임대 909가구와 공공분양 195가구를 제외하면 일반분양은 322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1대 1 재건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조합은 2002년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시공사 교체 요구가 전혀 없고 기존 계약에 따라 시공사 지위를 유지한 채 조합과 계속 소통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뉴스가 나고 나서 문의가 늘었다. 이제 진짜 금방이다"라며 "전용 84㎡ 36억5000만원에 나온 물건은 매도인이 1억원 정도 높여서 다시 내놓기로 했다. 분담금은 동일 평형 이동 시 3억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고 전했다.
현재 대치동에 있는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2025년·282가구) 대치푸르지오써밋(2023년·489가구) 대치르엘(2021년·273가구), 대치SK뷰(2017년·239가구) 정도다. 은마아파트 규모의 대단지는 양재천 너머 개포동에나 있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2023년·6702가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2023년·3375가구) 등이다.
"우리 아파트도 빨리" 부푼 기대
은마아파트가 사업 속도를 내자 인근 단지들도 들썩였다. 대치우성아파트 사거리엔 '김현기 강남구청장님, 우리 아파트도 빨리 재건축해주세요'라는 현수막이 '강남구 주민 일동' 이름으로 걸려 있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일 은마아파트를 방문해 인가서를 직접 전달하고 사업 추진 상황을 확인한 바 있다.
은마에서 남부순환로 너머 대치미도1·2차 아파트(2436가구)에는 1군 건설사가 총출동해 있다. 삼성물산(래미안)과 현대건설(디에이치), 대우건설(써밋), DL이앤씨(아크로), GS건설(자이),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 롯데건설(르엘)이 저마다 시공권을 따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총회 개최를 축하한다며 자사의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로 눈도장을 찍는 모습이었다. 1983년 준공된 이 단지는 467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추진위는 오는 10일 1차 설계사 및 정비업체 합동 설명회를 거쳐 18일 2차 주민총회를 열 계획이다.
미도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미도는 주민총회도 하고 유일하게 신속통합기획으로 묶인 단지다. 연말에 조합이 설립되면 사업 속도가 더 붙을 것 같다"며 "이 주변에선 쌍용이 먼저 되고 은마, 미도가 엇비슷하게 갈 것 같다"고 봤다.
미도와 함께 '우선미'로 불리는 개포우성1·2차(1140가구)와 선경1·2차(1034가구) 아파트는 비교적 잠잠했다. 선경엔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동의서 접수 개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날(6일)까지 동의서를 받고 있었다.
은마아파트와 영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대치우성1차(476가구)와 대치쌍용1차(630가구), 대치쌍용2차(364가구) 아파트는 은마보다 먼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쌍용1차는 '래미안 르네아르 대치'로 새 옷을 입는다. 우성1차와 쌍용2차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우성1차 입구로 들어가 쭉 걸으니 쌍용2차와 쌍용1차가 하나의 단지처럼 연결돼 있었다.
우성아파트 근처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다음 달에 쌍용2차 조합을 해산하고 우성1차 조합으로 통합하는 절차를 밟는다"며 "쌍용2차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조합을 통합하면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 선정이) 아직 윤곽도 안 잡혔다. 그냥 돌아다니며 홍보하는 일상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