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임차보증금을 떼이는 사례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진행되고 있지만, 입법 불균형으로 인한 허점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국세의 경우 임차권이 조세채권보다 앞설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마련했지만, 지방세는 예외규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차권이 국세인 상속세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체납액보다는 앞설 수 있지만, 재산세 등 지방세 체납액보다는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국세의 경우 정부가 관련 입법안을 마련해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지방세는 정부가 입법안 자체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원입법안이 뒤늦게 마련됐지만, 일정상 2월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집주인의 밀린 재산세가 임차보증금보다 우선
현재 부동산의 경매나 공매의 매각대금은 배당순위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경매집행비용을 제외하고는 소액임차인의 보증금이 최우선 변제되고, 다음이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 즉 '당해세'다. 주택에 부과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상속세나 증여세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세입자의 보증금은 당해세 다음 순위로 배당받는다. 확정일자를 받고 대항요건을 갖춰도 당해세가 우선이다.
소액임차인의 보증금은 당해세보다 앞서지만, 최우선 변제금 한도가 최대 5500만원(서울)으로 제한돼 억단위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받기 어렵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국세기본법을 개정해 임차권의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일 이후에 부과된 국세는 당해세라 하더라도 임차권 다음으로 징수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바꿨다.
이 개정안은 오는 4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그런데 개정된 것은 국세뿐이다. 부동산에 부과될 수 있는 세금은 상속세 및 증여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국세뿐만 아니라 재산세와 지역자원시설세와 같은 지방세도 있다.
따라서 집주인의 재산세 등 지방세 체납액은 여전히 임차권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먼저 받거나 전세권 설정을 먼저 했더라도 지자체가 지방세를 먼저 걷어가게 돼 있다.
미납세액 열람도 지방세는 집주인 동의 필요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은 집주인의 미납세액 열람권에서도 남아 있다.
현행법에도 임차인이 집주인의 체납세금 현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거쳐야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실제 연간 열람횟수가 전국 100여건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임대차 계약 후 임차개시일까지는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가 없어도 미납세금을 열람할 수 있도록 국세징수법을 개정했다. 오는 4월 1일부터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미납국세 열람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지방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집주인의 재산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세 체납현황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집주인 동의를 받아서 지자체에 열람신청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의원입법안 있지만 2월 처리도 쉽지 않아
정부의 입법조치가 늦어지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률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월 국회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지방세보다 임차인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지방세 우선징수 예외규정을 두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대표발의 했다. 국세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방세 당해세도 임차인 보증금에 한해서는 우선순위를 양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발의 일정상 현재 2월 임시국회에서는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미납지방세를 집주인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징수법 개정안은 그나마 논의 선상에는 올랐다.
임대인 동의 없이 지방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으로 이채익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18일 대표발의한 지방세징수법 개정안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첫 걸음을 겨우 뗐다.
상임위와 법사위, 국회 본회의 처리단계가 남았지만, 여야간 정치쟁점으로 일정잡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된다는 내용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미납지방세의 열람문제 개선방안은 (의원입법으로) 국회에서 논의중인 사항"이라며 "국세와 함께 4월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