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신도시 정비 챌린지]①금융 지원 '퍼주는' 이유

  • 2024.12.02(월) 06:36

초기사업비 구역별 최대 200억 보증
'공공기여금 유동화' 첫 시도 기반시설 빠르게
HUG 초기보증만 2600억 부담…'특혜' 지적도 

1991년 입주 시작한 1기 신도시가 33년 만에 재건축을 시작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 제정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재정비'가 첫발을 뗀 것이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13개 구역은 '잘 꿰어야 하는 첫 단추'다. 신도시 정비 사업이라는 도전(challenge)의 성패를 가를 변수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지난 27일 선도지구 선정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책이 목표한 사업속도를 맞추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7일 13개 구역, 3만6000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발표했다. 1991년 분당 시범단지 첫 입주를 시작으로 33년 만에 재건축이 본격화한 상황이다.▷관련기사 : 1기신도시 첫 재건축단지 공개…13곳 3.6만가구(11월27일)

그러나 치솟은 공사비를 비롯해 추가 분담금 등 난제가 산적해 있어 선도지구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도지구 선정 경쟁과열로 공공기여 등에서 당락이 갈리면서 차후 추가 분담금 부담에 따라 사업 희비가 갈릴 수도 있다.

1기신도시 보증 및 금융지원 예시(안)/그래픽=비즈워치

초기사업비 보증 최대 200억…대출금리 4.5%? 

정부는 자금조달과 사업진행 속도를 높이겠다며 '통합정비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별도 펀드를 조성해 초기사업비 보증 및 대출로 사업비 부담을 낮추고 공사비 갈등 등으로 사업진척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2025년 12조원 규모의 모(母)펀드인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한다. 전체 선도지구의 전 사업 기간에 걸쳐 장기간 안정적인 운영을 돕기 위해서다. 연기금을 비롯해 금융기관(민가투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시행자가 각각 자(子)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이다. 

펀드 자금은 우선 '초기사업비 보증 및 대출'에 활용된다. 이를 위해 이전에는 없던 '노후계획도시 특화보증'이 신규 도입됐다. 사업시행 인가 이후 이뤄지던 사업비 보증을 사업시행자 지정(조합설립인가·신탁) 및 시공자 선정 이후로 당겨 초기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른바 '초기사업비 보증'으로 총사업비의 2%와 200억원 중 적은 금액으로 보증을 지원한다. 5930가구 규모의 '둔촌주공' 사업비가 5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구역별 최대 200억원 수준의 보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보증을 토대로 미래도시펀드에서 '초기사업비 보증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규모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국토교통부는 대출금리를 연 4.5% 내외로 예상했다.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나면 공사비가 포함된 총사업비를 산정해 총사업비의 60% 내에서 보증을 지원한다. 펀드에서 보증부 대출을 통해 기존 초기사업비 대출을 차환할 수 있다. 

HUG 보증 한도에 공사비를 포함하는 만큼 시공사 재원조달 위험을 낮춰 공사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본사업에 들어가고 건설사의 책임준공 등 신용보강이 추가되면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 국토부는 금리를 연 4% 안팎 수준으로 짐작했다. 통상적인 수준보다는 1~2% 낮은 수준이다. 

이후 해당 구역이 분양수입을 통해 미래도시펀드에서 내준 대출을 상환하면, 편드는 이를 다시 다른 선도지구 진행 상황에 따라 대출해 주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보다 보증 시기를 앞당기고 믿을 수 있는 안정적인 정책펀드가 들어오면서 대출금리를 낮추고 민간투자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역마다 사업비와 진행속도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단계별로 대출→상환→대출 등 구조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는 '예상' 수준임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는 현 상황에서 추정한 것으로 실제 금리 수준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 "여러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내역/그래픽=비즈워치

'공공기여금 유동화'도 1기 신도시서 처음

대규모 기반시설을 조기 확충하기 위해 '공공기여금 유동화 지원 프로그램'도 1기 신도시에서 처음 운영된다. 공공기여금 유동화는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납부받을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상하수도, 도로 등 기반시설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통상 공공기여금 납부 시점이 준공 후인 만큼 필요한 시점에 기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 공공기여금 유동화는 1기 신도시에서 처음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지자체가 채권을 발행해 기반시설을 우선 지을 경우 부채가 늘어나 지방재정이 악화하는 만큼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HUG가 PIF(공공기여금 유동화) 보증을 지원한다. 

HUG 부담은?…"1기신도시 몰빵 지원" 지적도 

다만 1기 신도시 지원을 위해 HUG 보증이 늘어나는 만큼 가뜩이나 재정 건전성 늪에 빠진 HUG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기사업비 보증만 해도 13개 구역임을 감안하면 최대 2600억원의 보증 부담이 지워지는 셈이다. 또한 본사업비 보증에서 공사비를 포함하기로 한 만큼 HUG가 져야 할 보증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선도지구 선정 과열로 모든 구역에서 공공기여를 높인 만큼 HUG PIF 보증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래도시펀드 조성을 통해 사고가 날 위험은 낮지만 보증을 위해서는 HUG의 자본금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HUG는 전세사기 등 여파로 지난 10월 기준 지급한 대위변제액이 4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조9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돼 자본금이 2조원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초긴축 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정부출자도 어렵다. 내년 상반기 보증지원을 위해 최근 급하게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정도다. 

HUG 관계자는 "보증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사고 위험이 크지 않고 법적보증배수 한도 내에서 보증이 지원되는 만큼 사업시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만을 위한 '특혜성 지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에 금융지원책이 나온 이유가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을 고려할 때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착수단계에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1기신도시 재건축이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만큼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임기 내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추진 동력을 잃을까 우려해 선도지구 선정이 과열경쟁으로 치달으면서 무리하게 공공기여를 높여 추가 분담금에 따른 사업 진행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기신도시 선도지구 지역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분담금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사업이 이뤄지느냐를 설명하며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일단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집값이 오를 테니 그때 팔고 나가면 손해 볼 거 없다는 식으로 서명을 받았다"며 "제도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게 선도지구에 선정된 곳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추가 분담금 등 문제로 사실상 사업진행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초기사업비 보증 대출로 금리를 낮추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1~2% 금리 차이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모르겠다. 면적도 작고 추가분담금 여력이 적은 곳들이 많아 건설사들이 들어가길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