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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그린벨트 보상, 이렇게 합니다

  • 2024.11.28(목) 06:36

내년까지 수도권 GB 풀어 7만가구 공급
관건은 '토지 보상'…절차·규모 등 관심
협의보상 통상 6개월이지만, 더 걸리는 이유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해제' 카드를 꺼냈습니다. 내년까지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고 신규 택지로 지정해 총 7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죠.

무엇보다 '보상'이 관건으로 꼽힙니다. 지구 내 토지·지장물 등에 대한 보상이 선행돼야 주택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죠. 보상 단계에서부터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그 과정을 한번 들여다보려 합니다. 

보상 이의신청 총 4번 가능

국토교통부는 이달 5일 서울과 경기도 4곳에 총 5만400가구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풀기로 했죠. 

이들 지구는 입지 경쟁력이 높은 데다, 정부가 5년 뒤인 2029년부터 첫 분양에 나서겠다며 '과감한 목표'를 설정했죠. 주택 수요자들의 기대감을 끌어모아 수요를 분산시키려고 한 의지가 보여요. ▷관련 기사:'서리풀·대곡·오전·용현' 6.9㎢ 새 택지에 5만가구(11월5일)

다만 개발 사업에서 늘 관건으로 꼽히는 '보상'에서 계획대로 사업 진척이 가능할지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원래 이 땅에서 재산권을 가진 '토지등소유자'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시행사' 간 보상 비용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보상 단계에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사례가 빈번하거든요. 

통상 택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할 때는 △지구지정 공람공고 △지구지정 고시 △지구계획 승인 △보상계획 및 열람 공고 △손실보상협의요청 및 토지보상착수 △지장물 보상 착수 △사업 준공 등 순으로 추진합니다.

이번처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규택지로 조성하는 경우 역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직후부터 보상 절차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택지 개발로 해당 구역이 개발사업자의 소유로 넘어가면 구역 내 토지 및 건축물 등 소유자에게 토지수용법에 따라 보상을 해줘야 하죠.

보상금을 책정하고, 책정된 금액으로 시행자와 소유자 간 협의를 이뤄야하는 만큼 시간이 꽤 걸립니다. 절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요. 보상의 첫 단계는 기본 조사입니다. 토지·물건 등 보상목적물에 대한 현황 조사인데요.

사업시행자는 기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상 시기·방법·절차 등이 담긴 보상 계획을 공고합니다. 보상의 준비가 됐다는 걸 소유자 등에게 알리는 단계죠. 토지소유자 등은 14일 동안 토지조서 및 물건 조서를 열람하는데요. 이때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시행자에게 이의를 신청해서 사실 확인을 거쳐 해당 내용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열람 기간이 끝나면 시행자는 감정평가법인 등을 선정해 해당 목적물에 대해 감정평가를 하고요. 이를 토대로 보상액을 산정해 손실보상협의 및 계약 체결에 나섭니다. 이때 협의가 성립하면 소유권 이전 및 보상금 지급을 하면서 협의보상절차가 종결되는데요. 아주 순탄하게 끝나는 경우죠.

그래서 LH가 '협의양도인택지' 같은 유인책도 마련해 놓고 있죠.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협의에 응한 토지소유자에게 조성택지를 일반에 우선해 수의계약의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순응해 준 만큼 공익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의 일부를 나누겠다는 취지로, 그야말로 '당근'이죠.

하지만 소유자가 보상금액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용'은 그야말로 기존 소유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뤄지는 것이라서죠. '자연보호'라는 공익을 명분으로 토지 사용 재산권을 제한받아 왔는데, 또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을 이유로 소유권을 강제박탈하는 게 수용이고 보상이라섭니다.

이땐 소유자는 시행자에게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고요. 사업 시행자는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해야 합니다. 

재결에 승복하면 보상금 지급 또는 공탁이 이뤄지면서 수용 절차가 종결되고요. 재결에 불복할 경우 재결서정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중토위까지 거쳐 결과를 받아들이면 증액 보상금 지급 또는 공탁을 하고요. 받아들이지 않으면 60일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전체 보상 절차에서 재결 등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총 4번 있는 셈이죠. 어쨌든 행정소송까지 가서도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 수용과 보상은 이뤄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토지 등 보상 절차/그래픽=비즈워치

갈 길 먼 '2029년 첫 분양'  

보상액은 목적물의 종류별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책정하는데요. 토지 보상액은 감정평가법인등이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그 공시 기준일로부터 가격 시점까지의 지가변동률, 생산자물가 상승률, 당해 토지의 이용계획, 위치·형상·환경·이용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결정합니다. 

토지보상액=비교표준지공시지가X지가변동률(또는 생산자물가 상승률)X지역요인비교치X개별요인비교치X기타요인비교치 

건축물 등의 보상은 구조·이용상태·면적·내구연한·유용성·이전가능성 및 이전의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 금액으로 결정하고요. 무허가건축물은 1989년 1월24일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만 보상합니다. 

이밖에 과수, 관상수, 분묘 등의 보상 기준도 따로 있고요. 영업·농업·축산업 손실 보상을 비롯해 휴직 등, 개간비, 잔여지 보상 등도 있습니다. 보상은 현금 또는 채권, 대토 등으로 받을 수 있고요. 

하지만 소유자가 이렇게 산출한 보상액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의' 과정을 거치는 건데요. 통상 협의 보상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잡지만 수용 재결, 이의 신청 등을 거쳐도 협의하지 못하고 행정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걷잡을 수 없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미 3기 신도시에서도 나타난 문제인데요.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부가 3기 신도시 입주 시기를 2025~2026년으로 내다봤지만 아직도 토지 보상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곳도 많죠. 그래서 입주 시점은 더 미뤄지고 있거든요. 

보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전체 사업이 늘어지면 보상금액을 올려주면서 사업시행자의 손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이를 노린 투기도 성행하고 있답니다. 

경제정의실천연대가 지난 10월 말 그린벨트 토지소유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일대 토지의 최근 5년 사이 지분거래 건수 중 30%가량이 지난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이 투기 세력이 몰렸다는 분석입니다. 

국토부가 이번에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 5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 목표도 달성이 어려워 보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66.6%)은 입주까지 8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거든요.

이런 우려에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기 전에 보상을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해서 행정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방침인데요. 보상 관문을 순탄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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