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공제회가 지난 수년간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소득을 내고도 실제로 낸 세금이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이후 6조원이 넘는 소득을 기록했는데, 국세청에 납부한 세금은 54억원에 불과했다. 소득 대비 실효세율이 0.09%에 그칠 정도로 과도한 세금 특혜를 받아왔다는 지적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벌어들인 소득은 총 6조332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2008년과 2009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세금 납부액은 '제로(0)'였다. 세금을 낸 해는 2010년(54억원) 딱 한 번이었다.
교직원공제회뿐만 아니라 군인공제회나 공무원공제회 등 다른 공제회들도 대부분 소득에 비해 세금 납부액이 거의 없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정부는 공제회들이 무리하게 세금을 깎지 못하도록 내년부터 관련 규정을 바꿀 방침이다.

◇ 고유목적으로 쌓은 '절세'
그동안 공제회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은 이유는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을 통한 절세 효과 때문이다.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이란 공제회 같은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을 사업에 필요한 준비금으로 적립시키는 것이다. 이 때 쌓아놓은 준비금은 비용(손금)으로 처리해서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공제회들은 준비금을 최대한 많이 적립시켜서 세금 부담을 덜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제회가 교직원들로부터 받은 부담금을 은행에 예금할 경우에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같은 수익사업에 투자한 경우, 수익의 50%만 준비금을 쌓고 나머지는 법인세를 내야한다.
만약 공제회에서 가져간 소득보다 더 많은 준비금을 쌓으면 법인세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1년간의 소득보다 비용이 더 많아져서 '마이너스(결손)'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세청도 공제회들을 상대로 세금을 걷을 명분이 없어진다.
실제로 교직원공제회는 2008년 이자배당을 포함해서 총 4245억원의 소득을 내고도, 고유목적 준비금으로 6987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결손금이 2742억원이나 발생한 것이다. 이 결손금은 다음 연도로 넘어가서 법인세를 줄이는 수단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 1년 후 수익만큼만 쌓아라
정부는 공제회가 일반 기업들처럼 수익의 범위 내에서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굳이 결손까지 내면서까지 준비금을 적립하는 것은 기업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는 기타수익사업에서 결손이 발생할 경우 소득을 0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공제회 측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금융위기 시절처럼 결손금이 나더라도 이월 처리가 안되는 것은 개악"이라며 "세금을 현재대로 내겠지만, 더 많은 부담을 주면 공제회는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는 일단 정부안을 통과시키는 대신, 공제회들에게 시간의 여유를 주기로 했다. 교직원공제회 등 공제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은 법 시행을 1년 유예해서 2017년부터 적용키로 한 것이다. 유예 대상 공제회는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경찰공제회, 소방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6곳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제회가 고급여 이자율 보장을 위해 공격적 자산운용을 하는 부작용이 있어 결손에 대한 준비금 원칙을 개선한 것"이라며 "고유목적 준비금이 다소 적게 쌓여진 것 외에 특별히 공제회에 불리해진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