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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의료데이터·신약 후보물질 발굴까지
김동민 대표 "AI 의료분야 게임체인저 목표"
오픈AI가 선보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일상 대화는 물론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시험에 통과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발전했다. AI 침투는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AI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질병 조기 진단을 넘어 특정 질환에 걸릴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제이엘케이는 국내 AI 의료기기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이다. AI 진단에서 의료 데이터 사업,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를 만나 AI 의료 기술의 미래와 기업의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골든타임 중요한 뇌졸중, AI로 공략
제이엘케이는 지난 2014년 설립한 제이엘케이인스펙션으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에 AI를 결합해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를 생산했다. 이후 이듬해 AI 의료진단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주력 분야는 '뇌졸중'이었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영역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발병 시 빠르게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질환인 만큼 AI 진단의 필요성이 가장 크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뇌졸중은 혈관이 막힌 시점부터 피가 통하지 않는 영역에 있는 뇌세포가 점점 죽어 나가기 때문에 골든타임 내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후유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특히 뇌의 경우 다른 장기와 달리 열어볼 수 없어 진단이 어려운데 AI를 이용하면 병변 영역을 정량화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제이엘케이의 경쟁력은 방대한 의료 데이터다. 제이엘케이는 '한국인 뇌MR영상 데이터센터'가 10년간 구축한 140만장 이상의 뇌 영상 데이터에 대한 전용실시권 계약을 맺었다. 10만명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뇌졸중 빅데이터도 보유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뇌졸중 관련 파이프라인만 11개에 달한다. △CT 기반 뇌출혈 분석 JBS-04K △CT 기반 뇌경색 조기 검출 JBS-05K △CT 기반 혈관시술 결정 분석 JBS-LV0 △MRI 기반 뇌경색 유형 분류 JBS-01K △MRI 기반 뇌경색 중증도 예측 JBS-02K △MRI 기반 뇌경색 예후 예측 JBS-03K 등이 대표 뇌졸중 파이프라인이다.
의료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는 "야간 진료처럼 의료진이 한 명이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중압감이 매우 큰데 우리 제품이 의료진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고 한다"며 "한 번도 안 써 본 의사는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의사는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진단 넘어 비대면 진료·신약 개발도
제이엘케이의 AI 의료 사업은 진단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AI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헬로헬스', AI 활용 데이터 분석 플랫폼 '헬로데이터' 등의 사업도 영위 중이다. 헬로헬스는 이용자의 의료 데이터에 대한 AI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나 진료 이력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부터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사업에 대한 보건복지부 규제 샌드박스 임시 허가를 획득, 의료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김 대표는 "AI 의료 기술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도움될 수 있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했다"면서 "비대면 환경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처음 진료를 보기 전 환자가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만 있어도 약물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약 개발과 유전체 분석 분야로도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진단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신약개발 기업인 닥터노아 바이오텍에 1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이듬해 유전체 분석과 AI 신약 후보물질 발굴 사업을 위한 제이엘케이바이오도 설립했다.
그는 "AI 기반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고 해당 데이터를 분석할 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제이엘케이는 실제 약물을 설계한 뒤 합성까지 해봤고 우리의 알고리즘이 70% 수준으로 합성 가능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환자 중심 정밀의료, AI 속에 답이 있다"
제이엘케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AI로 확보한 의료 데이터를 통해 환자 중심 정밀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의료 정보들이 병원과 병원을 넘어, 그리고 의료진과 환자를 넘어 원활하게 공유되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며 "의료 데이터의 공유가 활성화되면 진료 편의성과 효용성이 개선되고 나아가 정밀의료, 예측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갈 길은 멀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정부의 규제 개선이나 법제화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의료 마이데이터 구축 사업의 하나로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했다. 여러 의료 기관에 분산된 개인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아직 병원 간 환자의 과거 진료 기록을 전송하는 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역시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제이엘케이는 우선 규제가 덜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후 국내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태국, 쿠웨이트,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 판로도 만들어놨다. 최근에는 AI 기반 혈류 구간 분류 방법 및 시스템에 대한 일본 특허를 등록했다.
김 대표는 "제이엘케이의 강점은 우리나라의 CT나 MRI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확도 높은 제품을 개발했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처럼 MRI 데이터가 부족한 국가에서 게임체인저로 성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