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양방향 멀티모달 초거대 AI모델, 오픈AI보다 앞서
LG 주요 계열사 사업데이터 기반…산업계 적용 유리
2022년 11월 베타 버전이 등장하며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이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양방향으로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술을 더해 올 3월 GPT-4 버전을 선보였다.
그런데 챗GPT-4보다 15개월 앞서 양방향 멀티모달 AI를 선보인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LG다. LG AI 연구원은 지난 2021년 12월 초거대 AI '엑사원'을 공개했다. 다만 엑사원은 개인용이 아닌 산업용으로만 공개돼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DX전략서 빠질수 없는 AI기술
디지털 인사이트(DX) 전략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술이 AI다. AI의 활용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AI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I를 여러 산업 분야에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거대 AI'가 필수적이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챗GPT다. 챗GPT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자연어로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성형 AI다. 단어 사이의 관계와 맥락을 학습해 문장을 이해하고 답변을 만들어 낸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챗GPT를 계기로 대화형 AI가 일반 대중의 삶으로 깊숙이 파고들자 산업·사회 전반에도 AI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AI를 통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생산성을 향상하고 업무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테크 기업을 비롯해 LG가 초거대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LG AI 연구원이 만든 엑사원은 대중적으로 알져지지 않았을 뿐 파괴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발부터 '멀티모달' 지향…오픈AI 앞서
기존 초거대 AI는 언어에 중점을 둔 모델이 대부분이다. 텍스트 혹은 자연어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텍스트로만 입·출력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멀티모달 AI는 다양한 모달리티(양식·양상)를 동시에 받아들이고 사고하는 AI 모델이다.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도 학습해 사고·판단할 수 있다. 쉽게 말해 AI에 눈이 생긴 셈이다.
엑사원은 개발 초기부터 '초거대 멀티모달 AI'를 목표로 뒀다. 그 덕에 '텍스트-이미지 양방향 사고가 가능한 세계 최초 멀티모달 AI' 개발에 성공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오픈AI는 챗GPT4에 앞서 2021년 1월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달리'를 공개했는데, 이는 텍스트를 보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그쳤다. 이미지를 보고 이를 텍스트로 설명하는 작업까지는 불가능했다. 오픈AI가 멀티모달 AI는 먼저 발표했지만 '양방향 멀티모달'로는 LG가 앞선 셈이다.
최정규 LG AI연구원 멀티모달 그룹장은 "엑사원은 처음부터 멀티모달 AI를 지향해 텍스트뿐만 아니라 표, 이미지를 다 동시에 학습시켰다"며 "이를 통해 텍스트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이나, 이미지를 인식·이해 텍스트로 분석하는 등 타 초거대 AI와는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특화' 초거대 AI로 경쟁력 확보
엑사원은 국내 기업의 초거대 AI 모델들과 달리 '바이링구얼(Bilingual·이중언어)'이라는 점에서도 차별점을 지닌다. 네이버의 '클로바'나 카카오의 '코GPT'의 경우 한국어를 기반으로 했다면, 엑사원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학습했다.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10대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홍락 미시건대학 교수를 필두로, 한국어 데이터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 그룹장은 "한국어 데이터는 영어 대비 굉장히 적기 때문에 바이링구얼 모델을 선택했다"며 "한국어에서 부족한 지식은 영어를 참조해 답변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엑사원은 산업 적용에 특화된 AI라는 점에서도 타 초거대 AI에 비해 경쟁력을 지닌다. 화학·의료·통신 등 LG의 기존 사업 노하우와 데이터를 활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AI는 산업에 도입될 경우 생산성·업무효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높았지만, 활용 난도가 높아 전면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IT(정보기술) 기업 IBM이 지난해 발표한 '2022 AI 도입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답변한 국내 기업은 22%로, 글로벌 평균 34% 대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LG는 각 산업에서 AI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엑사원을 선보였다. 콘셉트는 '인간을 돕는 전문가 AI'다. 인간 전문가가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과 유사하다.
최 그룹장은 "엑사원은 LG가 추구하는 전문 분야에서의 초거대 AI"라며 "전문가 입장에서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전문가가 원하는 분야에 실질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현재 LG 주요 계열사 및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국가별, 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엑사원을 활용한다. LG이노텍도 카메라 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최적화 기간을 50% 이상 단축한 사례가 있다. LG생활건강은 엑사원이 디자인한 화장품 패키지를 포함한 제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LG는 엑사원이 산업 적용에 특화된 AI인 만큼 향후 업계의 DX(디지털 전환) 확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 그룹장은 "많은 기업이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DX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며 "엑사원 등 초거대 AI와의 협업으로 고객 상담이나 제조 개발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