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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의 해운업 DX 이끈 변상수 팀장 인터뷰
"스마트선박-선박상황실-항만상황실 연계된다"
[부산=나은수 기자]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도 많았죠. '해운업이 굳이 DX를 해야 돼?'라는 인식을 개선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부산 HMM 선박종합상황실에서 만난 변상수 HMM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장은 종합상황실 설립 과정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 내부 우려와 달리 종합상황실은 현재 이 회사의 DX 전초 기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물류 대란이 DX 필요성을 더욱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실제 HMM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몇 년 전부터 DX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변 팀장은 "스마트 선박을 통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면 선박의 안전과 효율 두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며 "향후에는 선박종합상황실뿐 아니라 DX를 적용한 항만종합상황실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이 DX 왜 하냐고요?
HMM의 DX 추진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선박 연료(에너지) 효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담 TF팀을 출범했다. 항해사 출신이었던 변 팀장도 이 팀의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관련기사: '스마트·자율주행' 해운·선박에 적용하니 이렇게 달라졌다(5월4일)
변 팀장은 "10년 동안 DX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들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준비해왔다"며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이젠 가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부 의사 결정을 거쳐 2020년 종합상황실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합상황실 설립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HMM이 DX를 추진했던 시기(2010년대 초반)는 글로벌 해운사 간 치킨 게임이 벌어지던 때다. 머스크, MSC 등 대형 글로벌 해운사 중심으로 저가 운임 경쟁이 과열되면서 HMM의 경영 상황도 날로 악화됐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DX를 추진해야 되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변 팀장은 "해운사가 DX를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내부 인식을 제고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HMM이 DX를 추진하려 했던 초기 당시 '디지털화는 최첨단 산업군에서만 하는 것 아니냐', '해운업이 굳이 DX를 추진할 필요가 있겠느냐'에 대한 내부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변 팀장을 포함한 팀원들은 DX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언젠가 해운업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가 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예상은 적중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물류 대란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물류 대란은 선박, 항만의 효율화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DX에 대한 필요성이 해운업계에도 대두된 것이다.
변 팀장은 "많은 사람들은 해운업이 단순 물류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많은 산업이 그렇듯 해운업 역시 DX 전환의 중심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해운업 역시 DX를 추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더욱 DX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뚝심있게 밀고 간 DX…결실로
부산에 위치한 종합상황실에는 운항 관련 담당자, 프로그램 개발자 등 총 15명이 근무중이다. 실시간으로 항해 중인 선박들의 위치와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게 이들의 주 업무다.
변 팀장은 "종합상황실은 육상과 해상을 잇는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맡는다"며 "만약 선박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종합상황실은 비상상황실로 전환되고 사후 대응도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종합상황실은 메인상황실, 세이프티룸, 퍼포먼스룸으로 나뉘어져 있다. 크고 작은 총 35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화물 적재 현황, 엔진 상태 등 선박 관련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변 팀장은 "세이프티룸은 안전과 관련된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항해 위험 지역, 불가 지역 정보를 사전에 알려 안전운항을 돕는다"며 "퍼포먼스룸은 엔진이 최상위 조건으로 유지하는 것을 돕는데 이는 연료 효율을 높여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수천km 떨어진 선박들의 수리도 종합상황실에서 원격(소프트웨어 한정)으로 가능하다"며 "지난해 60여건 넘는 수리가 종합상황실에서 이뤄졌으며 수리 비용은 10분의 1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HMM은 자사가 보유한 선박들을 스마트선박화 하는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HMM은 현재 24척의 스마트 선박을 보유 중이며 올해 14척을 추가 전환할 예정이다. 2026년말까지 총 60척의 스마트선박을 운영하는 게 목표다.
스마트 선박에 부착된 센서는 1만여가지의 정보를 종합상황실에 송출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향후 디지털 트윈 구축을 위한 주요 재원이 된다. HMM은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면 안전 운항과 운항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은 2030년까지 디지털트윈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변 팀장은 "현재 스마트선박에 쌓이는 데이터양만 한달에 30TB(1TB는 약 1000GB)를 넘어선다"며 "이 데이터들은 머신러닝 과정을 거쳐 향후 디지털트윈에 활용될 예정이며 스마트선박이 추가 확대되면 쌓이는 데이터양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MM의 디지털트윈은 엔진, 선박의 크기, 컨테이너 적재 상황 등 선박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가상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행 결과들을 도출하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향후 선박을 주문할 때도 활용할 수 있게 돼 해운사-조선소 간 선순환 구축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조만간 항만도 DX 추진될 것"
변 팀장은 선박의 DX화가 본궤도에 오르면 터미널, 항만에 대한 DX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봤다. 해운업 DX가 단순히 선박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실제 지난해 물류 대란의 직접적 원인은 LA 항만의 물류 적체 현상이 지속된 탓이었다. 항만과 터미널에 DX가 적용되면 육상에 적재된 컨테이너들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진다. 해상 운송 효율화를 넘어 육상 운송 효율화도 가능해진다.
그는 "이제는 항만도 스마트항만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선박종합상황실처럼 항만종합상황실도 생겨나게 될 것"이라며 "항만종합상황실은 적재된 컨테이너들이 효율적으로 운송되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향후에는 스마트 선박, 선박종합상황실, 항만종합상황실 3곳이 서로 연계돼 운항, 운송 효율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