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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2019년부터 BIM 투자…전담조직 마련
디자인 오류 잡고 공사 기간도 단축 '스마트건설'
기둥 하나 없이 쭉 뻗은 금색의 캐노피 지붕, 곡선과 직선이 공존하는 비정형의 외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량의 비정형 메가트러스 프레임을 사용한 건축물. 현대건설이 시공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이다.
전례 없는 시도인 만큼 착공 전부터 발주처와 설계사, 협력사가 모여 머리를 맞댔다. 오차 없이 비정형의 구조물을 실현하려면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현대건설은 BIM(빌딩정보모델링)에서 답을 찾았다.
BIM 투자 결실…국내외 인정받아
BIM(빌딩정보모델링)은 건축 정보를 3차원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BIM 모델에는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의 전 생애주기에 발생하는 모든 정보가 입력된다. 건설업의 대표적인 디지털화 방식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이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BIM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연속성 때문이다. 기획, 설계, 시공 등의 주체가 다르더라도 BIM 모델 안에선 모두가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특히 기획 설계 때부터 BIM을 활용해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하는 '프리콘(Pre-construction)'을 시도했다.
현대건설은 "BIM 덕분에 디자인 오류를 해결한 것은 물론 설계를 최적화하기 위한 투입 물량을 조절하고 시공 중 발생하는 시공 오차도 빠르게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시작한 BIM 역량 강화 투자가 빛을 발한 때였다. 현대건설은 2019년 BIM 활성화를 위한 TFT를 발족했다. 이후 건축·주택 및 토목사업본부 내 BIM 전담 조직이 마련됐다. △전략 수립 △수주 △수행 기술 지원 등 BIM 업무 체계도 구축했다.
작년 7월에는 영국왕립표준협회(BSI)로부터 BIM 분야 국제표준인 'ISO 19650:2018'을 획득하기도 했다. 입찰~수행에 이르기까지 전문 시공사로서 글로벌 수준의 BIM 역량을 갖춘 걸 인정받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여러 수상 실적을 통해 실력을 입증했다. 국내 최대 BIM 공모전인 'BIM 어워드'에서 대상(국토교통부장관상)을 2차례 수상했다. 2017년 '세종-포천 14공구 고덕대교'로 토목 분야 대상을, 2021년 '대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으로 건축 분야 대상을 받았다.
BIM 강화는 현재진행형…프로그램 개발도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70여 개 이상의 국내외 건축·토목 프로젝트에 BIM 기술을 적용했다. 건축 분야에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이 있다면, 토목공사에선 2019년 쿠웨이트에 건설한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이 대표적이다.
총연장 36.1㎞로 인공섬과 건물, 기계·전기·통신공사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사용해 공사기간을 계획보다 1년6개월 단축했다. BIM을 기반으로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 꼼꼼한 협의를 거친 덕이다.
첨단 계측장비를 이용한 정밀 시공,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공사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모듈화 공법' 등도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건설은 BIM을 활용한 스마트건설 통합관리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 IoT 스마트 대쉬보드의 앞 글자를 따 'HIBoard'라고 부른다. BIM 모델에 시공 데이터를 연계해 건설 현장의 작업환경과 스마트 건설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서비스다.
HIBoard에서는 △IoT 센서 정보 △근로자와 장비의 위치정보 △드론데이터 △CCTV 영상정보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현장관리가 한결 효율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건축물뿐 아니라 교량, 터널 등 토목 분야에서도 BIM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독보적인 BIM 기술 개발과 실행으로 시공 품질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에도 힘써 스마트한 건설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