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보성산업, '글로벌 빅테크' 데이터센터 유치 본격화
데이터센터, 디지털 전환 흐름 속 미래 사업 부각
"RE100 최적지…데이터센터 지방이전 지원 필요"
우리나라의 땅끝, 전라남도 해남에 들어서는 '솔라시도(Solarseado)'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관협력 개발 기업도시다. 보성산업과 한양을 계열사로 둔 보성그룹이 전라남도, 전남개발공사 등과 함께 조성 중인 친환경 미래도시로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국내 대형 IT 기업들이 이 도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이곳에 마련된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를 놓고서다. 계획대로 데이터센터 유치와 건립이 이뤄지면 솔라시도는 그야말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데이터센터 파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침체한 주택시장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그중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여겨진다. 데이터 이용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가 기업들 역시 너도나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추진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인 변화가 국내 건설 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솔라시도에 조성될 '데이터센터 파크'가 이런 흐름에 맞춰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데이터센터 파크팀' 신설…솔라시도에 25개동 건립
보성산업은 최근 데이터센터 사업을 미래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스마트시티개발본부 산하에 '데이터센터 파크팀'을 신설했다. 보성산업이 개발 중인 솔라시도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조성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보성산업은 특히 데이터센터 개발 역량 확보를 위한 전문 인력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재생에너지, 디지털 트윈 등 데이터센터 관련 전·후방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하며 기존 건설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으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
보성산업은 이미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전남도와 해남군, TGK, 다이오드벤처스 등과 함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조성을 위한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조만간 사업 수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예정이다.
TGK는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 사업 개발·투자사인 다이오드벤처스와 한국의 에너지 인프라 전문 자문사 EIP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법인이다. SPC는 솔라시도에 40MW급 데이터센터 5기를 먼저 건립할 계획이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성산업은 여기에 더해 향후 데이터센터 파크를 총 25개동, 1GW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규모 전력 안정적 공급…"RE100 실현 최적지"
솔라시도는 무엇보다 RE100 실현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남도 인근의 재생에너지 잠재용량을 허브터미널로 연결시켜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인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전력 수요처인 데이터센터에서 인근 재생에너지 발전량 대부분을 직접 소비하도록 하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RE100은 2050년 혹은 2040년 등 기업들이 스스로 정한 기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을 의미한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솔라시도는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수 있는 대규모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여겨진다.
맹영재 보성산업 데이터파크팀장은 "해외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하이퍼 스케일 규모의 데이터 센터에 대한 니즈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부지 확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솔라시도는 이런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성산업은 'AI데이터센터'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으로 'AI데이터센터'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서다. AI 관련 기업을 데이터센터와 함께 유치해 AI데이터센터 특화 단지로 조성할 계획도 내놨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을 위한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역 데이터센터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맞물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 조성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최적지 떠오른 한국…"정부 지원책 필요"
데이터센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5조원가량에서 연평균 6.7%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약 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빅테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동아시아에서 데이터센터를 짓기에 최적으로 여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적합하지 않고, 일본의 경우 지진·해일 등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토가 좁고 전력 인프라 확장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맹 팀장은 "한국의 경우 콘텐츠 소비가 많아 시장이 큰 데다가 중국과 일본 등이 갖고 있는 단점이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솔라시도와 같은 지방 도시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맹 팀장은 "데이터센터 파크를 구축하면 파크 내 데이터센터들은 평균 20~30년 이상 운영하게 된다. 이에 정부의 데이터센터 지방이전 정책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초기 일회성 지원이 아닌 전기료, 통신료의 지속적인 절감방안이나 변전소 등 데이터센터 관련 인프라 확충 등 현실적이고 시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