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배민, 배달로봇 주문건수 1만건
회피주행 등 기술 고도화 준비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레스토랑. 165㎡(50평) 규모 매장에서 서빙을 맡은 직원은 단 한명 뿐이었다. 사람 대신 서빙로봇 딜리S가 요리조리 움직이며 빠르게 음식을 실어날랐다. 보통 이 규모의 매장엔 홀직원만 3~4명이 필요하지만, 이 식당은 배민 서빙로봇 '딜리S'로 직원수를 최소화했다. 레이저 레이더, 위치 카메라로 서빙의 최적 경로를 찾는 기술 덕분이다.
레스토랑 업주는 "딜리S 하나로 인건비가 큰 폭 줄고 아르바이트생이 무단결근을 하지 않을지 조마조마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근로자들의 감정과 불친절한 근무 태도를 지적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흔들림없이 국물도 서빙
딜리S는 배달의민족(배민)이 작년 2월에 선보인 서빙로봇이다. 앞서 2019년 11월에 출시한 '딜리플레이트'를 개선한 로봇으로 10.1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설치됐고 충돌방지·충격흡수 기능이 강화됐다. 메뉴 추천, 테이블 위치 안내 등 기본적인 접객도 가능하다.
이날 이 식당에서 직접 체험해본 딜리S는 똑똑하게 반응했다. 로봇 앞을 막아보니 자동으로 속도를 줄였다. "장애물을 제거해주세요"란 문구와 함께 빨간 경고문이 표시됐다. 딜리S가 자율주행기술, 공간 맵핑 기술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주변 상황을 실시간 인식하고 있는 덕분이다.
식사 후 커피를 주문해보았다. 액체음료를 운반할 때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보였다. 저속으로 운행하는 '국물모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딜리S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배민에 따르면 딜리S 도입매장과 보급대수는 지난 3월 기준 각각 1400여곳, 2000여대로 늘었다. 작년 12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월 지분 100%를 보유한 '비로보틱스'를 분사하고 서빙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문이 더 쉽도록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부터 태블릿PC 메뉴판과 딜리S를 더 긴밀히 연동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메뉴판 주문이 들어온 즉시 로봇이 반응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태블릿PC 협력사와 함께 딜리S에 주문데이터를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도입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메뉴판 외에 '호출벨'을 누르면 로봇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시스템도 올해 도입 계획 중이다.
어린이 지나가자 일단 멈춤
이날 수원 영통구에서는 배민의 또 다른 로봇을 볼 수 있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드라이브'다. 이 배달로봇은 평균 시속 4.2km로 광교호수공원과 인근 아파트에서 음식배달을 하고 있다. 로봇에는 △레이저 레이더 △위치카메라 등이 탑재됐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람, 사물 등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 총망라된 것이다.
광교 호수공원 테이블에 마련된 QR코드를 찍은 후 배민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보니, 20분 만에 음식이 배달됐다.
딜리 드라이브는 아직 시범 서비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로봇의 도로운행은 현행법상 위법이기 때문이다. 딜리 드라이브의 배달동선에 관리자가 동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전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했다. 딜리 드라이브는 횡당보도 등 안전사고 확률이 높은 곳인 '웨이포인트'에는 멈추도록 설계됐다. '웨이포인트'에 멈추면 관제센터는 내장카메라를 통해 현장상황을 살피고, 주행을 승인하면 다시 배달을 시작했다.
상용화전까지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이날 비가 많이 내리자 로봇이 움직임을 멈추는 모습을 보였다. 로봇이 비를 장애물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뭇잎 등 운행에 지장이 없는 작은 물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점도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현재는 안전을 위해 장애물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로봇이 기다리는데 배달시간이 지연된다는 문제가 있다. 배달의민족 로봇배달사업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없지만 회피주행 기능 추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딜리 드라이브는 현재 △광교 △테헤란로 △인천공항 등에서 시범 운영중이며 작년 8월 누적 주문건수 1만건을 돌파했다.
배민이 그리는 미래 배달시장
배민은 로봇 투자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서빙로봇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 딜리S 도입 점포를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국내에 공장을 설립해 직접 로봇 제조역량을 갖출 예정이다.
현재 딜리S는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이 본격화된다면 국산화가 가능해진다. 로봇을 들여오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점포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국내 공장 설립은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입 통관 등 시간이 줄고 AS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딜리S 보급대수를 30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배달라이더와 로봇을 연계해 우리나라 주거형태에 맞는 배달 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주거가 보편적인 탓에 배달시간 절반 이상이 단지 안에서 소요된다. 아파트 내부는 속도를 낼 수 없고 엘리베이터 호출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단지 내 라스트마일 구간에 배달로봇을 배치한다면 배달시간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달라이더가 아파트 현관에 대기중인 로봇에게 음식을 전달하면 이후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이미 작년 서울 영등포구 '한화 포레나 영등포' 단지에서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로봇이 라스트마일 구간을 배달해주면 라이더들이 건당 배달 건수가 늘것이고 배달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연스레 외부인 보안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