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미래형 매장 시도하는 유통업계
인공지능·로봇 조리 등 접목해
아무도 없는 매장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저절로 내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옆에서는 로봇 팔이 혼자 움직이며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린다. 반대편 공간에서는 매장에서 재배해 바로 판매할 수 있는 갖가지 채소가 자라고 있다. 옷을 입어 보고 마음에 들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결제한다. 다음날이면 옷이 집에 도착해 있다.
흔히들 '미래형 매장'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기업들의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신형 매장들에서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술들이기도 하다. 유통업계가 만들고 있는, 미래형 매장의 '현재화'다.
사람 없이 돌아가는 매장
유통업계가 추구하는 미래형 매장의 핵심 중 하나는 무인화다. 단순 계산이나 주문 접수 등의 업무를 기계나 AI로 대체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람 대신 주문을 접수하는 키오스크는 이제 일반 식당에까지 적용될 만큼 대중화됐다. 직원 없이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계산하는 무인 계산대 역시 일상의 풍경이다.
업계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를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천호점에서 선보인 O4O 서비스는 번거로운 오프라인 쇼핑의 과정을 대폭 줄였다. 쇼룸에서 자유롭게 옷이나 가방을 살펴본 뒤 마음에 드는 상품의 QR코드를 찍고 결제하면 동일한 상품이 집으로 배송된다. 쇼핑 후 상품을 포장하고 집으로 가져가는 과정이 사라진 것이다.
이마트24의 스마트 코엑스점은 미래형 편의점의 대표적인 예시다. 상품을 집어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연동된 카드에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계산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고객을 파악하고 동선을 체크하는 3D 라이다 시스템, 고객이 집어든 상품을 곧바로 인식하기 위한 AI 카메라 등 무수히 많은 기술이 접목돼 있다.
식음료 업계에는 사람 대신 조리를 해 주는 '로봇 팔' 도입이 한창이다. 교촌에프앤비는 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와 손잡고 치킨 튀김 로봇을 개발했다. 현재 3개 점포에서 활용 중이다. 향후 반죽 로봇, 소스 로봇도 개발할 계획이다.
보이지 않는 기술
미래형 매장이라고 하면 로봇이나 무인화 등 눈에 보이는 기술에만 관심이 몰리게 마련이지만, 친환경 역시 미래형 매장의 핵심 요소다.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선보인 '에코 매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사당역에 오픈한 '푸드드림 에코' 매장은 벽면과 천장에 친환경 마감재를 사용하고 통합 에너지절감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근무자들의 유니폼은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원사를 활용했다.
세제, 샴푸 등을 리필 통에 담아가고 구매한 만큼만 금액을 지불하는 '리필 스테이션'도 친환경이 강조될 미래의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상품 가짓수가 적고 도입된 매장도 많지 않지만 친환경·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미래형 플랫폼의 필수 구성 요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스마트팜도 유통업계의 관심사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던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가 스마트팜을 도입한 바 있고 이마트 연수점에서도 스마트팜을 이용한 채소 코너를 운영 중이다. 고객이 재배 현장을 직접 보며 갓 수확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신선도와 위생, 맛이 보장된다.
AI를 이용한 빅데이터 수집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형 매장의 특징이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얼마나 구매했는지, 시간·날씨·계절 등에 따라 세분화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상품 진열과 종류, 수량을 제안하는 식으로 매장을 관리해 준다. AI가 매장 관리자로 나선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도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래형 매장들도 아직은 일부 테스트 매장에서 시도하는 수준이지만 머지않아 대부분의 매장에서 새로운 기술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