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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자율주행' 해운·선박에 적용하니 이렇게 달라졌다

  • 2023.05.04(목) 07:10

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HMM 부산 종합상황실, 스마트선박 데이터 모여
HD한국조선해양, 자율운행선박 만들어 미래선도

[부산=나은수 기자] 한동안 자율주행차로 이목을 끌었던 글로벌 전시회 CES. 지난 2020년 CES에선 브런즈윅(Brunswick)이란 소형 선박 제조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브런즈윅이 내세운 기술은 자율주행선박과 선박간 연결성이다. 글로벌 해양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DX)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알려준 사례다.

국내 해운·조선업도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미래 비즈니스 구축에 열중이다. 

해운·조선업 관계자들은 "DX를 추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해운운송이나 선박건조 과정에 DX를 입혀 해양산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HMM은 자사 보유 선박을 스마트 선박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24척의 스마트 선박을 통해 한 달에 쌓이는 데이터양만 30TB(테라바이트)가 넘는다. HMM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2030년까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즉 디지털 가상 공간에 선박을 띄워 다양한 변수를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HD현대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선박자율운항기술 개발과 스마트야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작년엔 자율운항솔루션을 적용한 대형선박이 태평양을 횡단하는데 성공했다. 스마트야드 구축을 위해선 미국 최데 빅데이터 기업과 손잡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HMM '스마트선박·종합상황실' 살펴보니

/사진=HMM 제공

HMM의 DX 핵심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스마트 선박에 있다. HMM은 이미 24척의 스마트 선박을 보유 중으로, 올해 14척을 추가로 스마트선박화(化)할 계획이다. 2026년말까지 총 60척의 스마트선박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다. 

변상수 HMM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장은 "기존 선박은 아날로그 형태여서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며 "이에 반해 스마트 선박은 건조되고 폐선될 때까지(스크랩) 모두 디지털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스마트선박의 각종 설비에는 센서가 부착된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1만여가지 운항 정보는 통신망을 통해 부산에 위치한 선박종합상황실(이하 종합상황실)로 실시간 송출된다. 종합상황실에서는 선박 위치, 연료 소모량, 화물적재현황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종합상황실은 스마트 선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기상 악화가 예상될 경우, 선박들이 안전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최적 경로를 송출한다. 종합상황실을 구축함으로써 스마트 선박의 안전 운항과 운항 효율화가 가능해졌다.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HMM 선박종합상황실 내부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특히 종합상황실에서는 운항 중인 스마트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안전 운항을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둘러싸는 결박 장치는 선체 흔들림과 진동 등으로 느슨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선원들이 일일이 결박 상태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선박종합상황실에서 그 강도를 실시간 확인하고 결박할 수 있다. 

변 팀장은 "운항 중에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결박장치 강도를 종합상황실에서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냉동 컨테이너 박스의 경우에도 실시간으로 온도를 확인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백~수천km 떨어진 선박의 수리도 종합상황실에서 원격(소프트웨어 한정)으로 가능하다. 실제 HMM이 지난해 원격으로 선박을 수리한 사례는 60건이 넘는다. 엔지니어가 선박까지 직접 이동할 필요가 없어 시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수리 비용(1회 수리비용 1200만~1600만원)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HMM의 DX 전환 최종목표는 '2030년 디지털 트윈 구축'이다. 디지털 가상 공간에 선박을 띄워 다양한 변수를 미리 예측,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해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실험들을 가상에 적용하면 안전성을 그만큼 더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않다. 조류, 파고, 기상 등 약간의 변수에도 크게 달라지는 선박 움직임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내기 쉽지 않아서다. 가상 공간과 실제 상황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HMM은 현재 운항 중인 스마트 선박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쌓이는 정보량만 한달에 34~36TB(1TB는 약 1000GB)에 달한다. 향후 스마트 선박이 추가 전환될 경우,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양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변 팀장은 "스마트선박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는 머신러닝을 통해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하게 된다"며 "현재 데이터 분석에 대한 방법론을 전문가들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디지털 트윈이 구축되면 이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값들이 선박 설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조선사들에게도 도움되기 때문에 해운사-조선사 간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HD현대의 '자율운항·스마트야드'

선박을 건조하는 HD한국조선해양은 AI를 활용한 자율운항선박 솔루션 개발과 스마트 야드 전환을 통해 DX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지주사인 HD현대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이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이유는 기존 강점인 설계, 건조, 생산 기술 등에 대한 우위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제부터는 AI, 디지털트윈과 같은 DX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달성해야 경쟁국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운항기술은 조선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매년 커지고 있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어큐트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 시장규모가 2357억달러(한화 3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아비커스가 지난 6월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들 /사진=HD현대

HD현대는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2020년 말 '아비커스(Aviku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현대중공업 연구원 출신 임도형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대형 선박 선주와 레저용 보트 업체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이나스 2.0은 AI를 통해 날씨,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하고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하는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하이나스 2.0이 탑재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 솔루션은 SK해운과 장금상선으로부터 수주한 대형선박에도 적용될 예정이며,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전망이다. 

HD현대 측은 자율운항이 탄소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항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가 최적 경로를 산출하면 그만큼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이는 곧 탄소 배출 저감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작년 6월 자율운항 솔루션이 탑재된 대형선박으로 대양횡단에 나섰을 때 연료 효율이 이전대비 7% 높아졌고 온실가스 배출이 5%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HD현대는 스마트야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야드는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설비, 작업 환경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수립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스마트 야드 구축의 주된 목적이다. HD현대는 스마트야드 구축을 통해 선박 건조시간을 30% 단축하고 생산성도 30%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 관계자는 "세계 최대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의 '파운드리'(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를 조선 부문 계열사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전공정에 첨단 자율운영 조선소 기반 구축 핵심인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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