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국내 유통 '공룡'과 세계 1등 커피회사의 '커피동맹'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맥심'을 앞세운 동서식품이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1위끼리의 '커피동맹'이 '찻잔속 태풍'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2014년 6월 롯데푸드와 네슬레가 만든 합작법인. 동서식품의 아성을 깨기 위해 이전까지 치열하게 경쟁하던 두 회사가 '적과의 동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 이하다. 지난해 영업손실 113억원과 당기순손실 9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1위 유통그룹과 세계 1위 커피 회사의 동맹이 힘을 못 쓰는 것은 동서식품 영향이 크다. 미국계 식품기업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s)와 ㈜동서의 합작사인 동서식품은 '맥심'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커피 믹스 시장의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106억원, 2013억원에 이르렀다.
동서식품은 여전히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다. 올 상반기 동서식품 매출은 7682억원과 영업이익 146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158억원으로, 롯데네슬레코리아가 57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에 비해 큰 폭의 이익을 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이 정체되면서 앞으로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크면서, 집과 사무실에서 주로 먹는 커피믹스 소비가 줄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커피믹스 시장규모는 1조2389억원(2012년), 1조1665억원(2013년), 1조565억원(2014년) 등 매년 줄고 있다.
업계 1위 동서식품 매출도 2011년부터 5년째 1조5000억원대에 갇혀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올 상반기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이 안 좋다보니, 업계가 조용하다"고 말했다.
시장규모가 줄면서 1등과 싸워야하는 롯데네슬레코리아 등 후발주자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남양식품도 2010년 커피믹스를 출시하며 동서식품에 도전장을 냈지만, 동서식품의 아성을 깨진 못했다.
그나마 카누(동서식품), 루카(남양유업)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커피믹스 감소세가 가파르다 보니 전체 시장규모는 제자리걸음이다. 남양식품 관계자는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느는 만큼 커피믹스가 주는 '풍선효과'로 전체 시장 규모는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