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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났다" 가격표 새로 쓰는 유통업계

  • 2024.04.20(토) 13:00

[주간유통]주요 유통·식품기업 가격 인상 릴레이
평소에는 연초에 가격 올리지만 올해는 총선 영향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가격 인상

올해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총선이 끝난 지 열흘 정도 됐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해 야당의 압승이다, 여당이 선전했다, 조국혁신당이 떠올랐다 등 온갖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선 결과보다 총선 이후 벌어진 유통업계의 이슈가 더욱 눈에 띕니다. 

고작 열흘 동안 무슨 일이 생기겠나 싶지만, 현재 유통·식품업계에서는 꽤 많은 기삿거리가 있습니다. 그 중에도 유독 많이 거론된 내용이 바로 '가격 인상'입니다.

쿠팡이 멤버십으로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혜택/사진제공=쿠팡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쿠팡이었을 겁니다. 쿠팡은 총선 직후인 지난 12일 기존 4990원이던 유료 멤버십 '와우'의 가격을 7890원으로 2900원 인상키로 했습니다. 인상률은 58%입니다. 지난 2021년 말 2990원에서 4990원으로 올린 지 2년 만입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화끈했습니다. SNS에서는 다시는 쿠팡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냉철하게 따지면 쿠팡이 밝힌 것처럼 한 달에 3~4번만 주문을 해도 배송비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죠. 갑작스레 가격을 올리니 배신감이 들 수밖에요.

눈치 게임

쿠팡이 스타트를 끊자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죠. 파파이스는 지난 15일부터 치킨과 샌드위치, 음료, 디저트 등 거의 대부분의 메뉴 가격을 평균 4% 인상했습니다. 배달 시에는 매장가보다 평균 5% 높은 배달 전용 판매가를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죠.

같은날 굽네치킨도 가격 인상을 선언했습니다. 고추바사삭, 갈비천왕, 볼케이노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900원씩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 가격은 1만9900원으로 2만원에 육박하게 됐습니다. 굽네가 가격을 올린 건 지난 2022년 이후 약 2년 만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지난 18일에는 국내 대표 종합식품 기업인 롯데웰푸드가 가격 인상에 동참했습니다. 오는 5월 1일부터 초콜릿류와 빙과류 가격을 평균 12% 올리기로 했습니다. '가나초콜릿'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구구크러스터'는 5000원에서 5500원으로 오릅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고급 빙수'의 대명사인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는 지난해보다 4000원 오른 10만2000원에 판매키로 하면서 올해 드디어 1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2021년 6만4000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59.4%가 오른 셈입니다.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이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볼펜, 계란, 라이터, 생리대 등 주요 생필품들의 편의점 가격도 5월부터 인상이 예고돼 있습니다. 

막으면 넘친다

식품·유통업계가 갑자기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총선 영향이 클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해 왔습니다. 물가 안정은 정부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입니다. 총선 정국에서 정부가 물가 안정에 실패하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여당이 받습니다.

그렇다보니 정부는 늘 총선을 앞두고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합니다. 외형적으로는 기업체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형식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탓에 기업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일단 총선 전에는 자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총선이 끝난만큼 기업들은 미뤄뒀던 수익 보전에 나서게된 겁니다. 

물론 기업들에게도 가격 인상 이유는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안정되나 싶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널을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기후'가 문제입니다. 실제로 지난 15일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당 1만559달러로 역대 최고가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종전 최고치는 1977년의 톤당 4663달러인데 올해 1월 5000달러를 돌파한 뒤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엘니뇨 등 기상 이변과 카카오 병해로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커피 원두 가격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2일 런던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톤당 3948달러로 뛰었습니다. 전년 대비 60% 이상 비싼 가격입니다. 이 역시 기후가 문제였습니다. 가뭄 때문에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원재료 가격 인상은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이 대처하기 어려운 이슈입니다. 특히 이번처럼 기후 이슈에 따른 원재료가 인상은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해결책이 없죠.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라고 요구할 순 없을 겁니다.

정부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무작정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묶어 두다가 손쓸 수 없는 시점에 놔 버리기보다는 기업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보조해야 합니다. 올리지 말라는 정부와 올려야겠다는 기업 간 힘겨루기가 시작되면, 고통받는 건 서민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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