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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잡겠다"던 쿠팡, 대형마트 멱살만 잡았다

  • 2024.04.09(화) 07:56

쿠팡, 생필품 가격 비교…알리 등 'C-커머스' 저격
비교 대상을 C-커머스 아닌 대형마트로 잡아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이 "C(차이나)-커머스의 공세에 맞서 대한민국 물가를 지킨다"며 생필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가격 비교는 알리 등 'C-커머스'가 아닌 국내 대형마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이 알리에 가격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장점인 대형마트와의 비교로 '최저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필품은 쿠팡

2024년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도전의 해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을 집어삼킨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하고 있어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88만명과 830만명으로 쿠팡(3087만명)에 이은 2, 3위다. 

C-커머스의 공격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유통 시장의 강자들도 저마다 대응책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알리와 테무의 강점인 초저가 공산품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이에 따라 먹거리나 생필품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부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쿠팡은 C-커머스의 국내 공략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기업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간신히 주도권을 쥔 만큼 국내 시장을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쿠팡 측은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로 소비자 피해와 혼란이 가중되고 지난 3월 식료품 물가가 6.7% 오르는 등 고물가 상황에서 장바구니를 구성하는 주요 제품 가격을 최저가 수준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 이커머스에 대응해 고품질의 우수한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 혜택을 늘려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C-커머스에 대항해 가격 우위를 지키겠다는 선언다. 

만만한 게 대형마트

문제는 쿠팡이 강조한 가격 경쟁력이 대부분 국내 대형마트와의 비교였다는 점이다. 쿠팡은 "국내 주요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신선식품·생필품 등 49개 품목의 79개 상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 쿠팡의 가격 경쟁력은 매우 우수했다"며 "조사 대상인 49개 품목 79개 제품의 평균 가격은 대형마트가 쿠팡보다 26% 높았다"고 설명했다. 타깃으로 지목한 C-커머스가 아닌, 대형마트와의 비교를 가격 경쟁력 우위의 근거로 내세운 셈이다.

쿠팡이 공개한 쿠팡과 대형마트 3사의 생필품 가격 비교/사진제공=쿠팡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수료 0% 정책을 내세운 'K-베뉴'를 통해 국내 제품의 초특가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알리가 아닌 대형마트와의 비교로 '쿠팡이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 측은 "헤드앤숄더 쿨맨솔(850㎖) 샴푸의 쿠팡가는 9090원이었지만, 마트 가격은 1만6900원으로 86% 비쌌다"며 "고추장도 쿠팡이 대형마트의 반값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위)와 쿠팡(아래)의 샴푸 제품 가격/사진=각 사 홈페이지

하지만 헤드앤숄더 쿨맨솔 샴푸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대형마트에서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제 구매가는 1개당 8450원으로 오히려 쿠팡보다 540원 저렴했다. 대형마트가격 대비 반값 이하라고 밝힌 청정원 고추장 500g 제품 역시 대부분의 대형마트에서 1+1 행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시로 할인 행사가 바뀌고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도 브랜드, 용량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유통 시장에서 특정 1~2일의 가격만 놓고 더 싸다, 비싸다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C-커머스 맞서는 쿠팡

'C-커머스'에 맞서겠다면서도 막상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국산 식품들과의 비교는 꺼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가격을 비교할 경우 알리에서 판매 중인 대표 식료품이 쿠팡보다 저렴한 상품도 많기 때문이다.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의 경우 160개입 2개 세트 쿠팡 로켓배송 제품이 4만2670원이었던 데 비해 알리에서는 180개입 2개 세트가 4만3461원으로 더 저렴했다. '고당도 오렌지(2.3㎏)'의 경우 쿠팡 로켓프레시 제품이 1만2520원였던 반면, 알리에서는 1만680원이었다. 

알리에서 판매 중인 초저가 오렌지/사진=알리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쿠팡이 'C-커머스'를 강조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이 쿠팡의 미국 기업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쿠팡은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인 데다, 상장도 미국에서 진행했다. 거의 모든 매출이 국내에서 발생하지만 '한국 기업'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이커머스와의 대립항에 자신을 둠으로써 '한국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를 견제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국내 대형마트와의 가격 비교만으로 '싸다'고 주장하는 건 의아하다"면서 "실제로는 대형마트에 우위를 점한 국내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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