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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체, 곳간에 현금 쟁이는 까닭

  • 2020.10.08(목) 10:33

주요 업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전년 말 대비 큰 폭 증가
경영 안정성·신약개발‧설비 투자 위한 실탄 확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전년 보다 대폭 늘었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자수익을 위해 보유 현금을 다방면으로 투자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거나 신약개발 및 설비 투자를 위해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019억원으로 전년 말 보다 28.5% 증가했다. 셀트리온이 실탄을 늘리는 것은 투자 개념이 크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일본 제약사 다케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1차 진료(Primary Care)' 사업을 자체 현금과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3324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인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및 생산공장 확충 등 오는 2030년까지 약 40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투자에 따른 거액의 자금 지출 계획으로 앞으로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올 1분기 5482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742억 원에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앞서 지난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군포공장 부지를 매각하면서 약 197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30%의 지분을 소유한 유한킴벌리와 유한크로락스, 유칼릭스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도 240억원에 달한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바이오벤처에 활발하게 투자해왔다. 그 결과 주가 상승 및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로 이어지면서 높은 수익을 거뒀다. 올해에도 5000억 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통해 신사업 진출과 신약 후보물질 확보, 공장 및 연구소 설비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보유 현금이 많은 곳은 동아에스티다. 올 1분기 2425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소폭 증가했다. 올 1분기 이자수익과 외화환산 등을 통해 금융수익으로 100억 원 이상 거뒀다. 지난해 만기된 400억 원의 공모사채의 경우 올 1분기 추가 발행하면서 2000억 원대 현금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동아에스티의 경우 현금을 투자가 아닌 예금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리베이트 조사 등 소송에 대비해 현금을 안정적으로 운용,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휴젤도 올 상반기 은행예금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말 152억 원이었던 은행예금이 올 1분기에는 2203억 원으로 급증했다. 전략적투자자(SI)로서 투자한 올릭스 주식 절반 이상을 처분했고 단기금융상품을 현금화하면서다. 휴젤은 올 하반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3공장 건립 등을 위해 대규모로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종근당 1523억 원, 녹십자 1205억 원, 한미약품 1126억 원, 동화약품 1115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각각 98%, 22.3%, 6.1%, 195% 늘었다. 이 중 종근당은 원화예금이 2배가량 늘었고 동화약품도 은행예금이 377억 원에서 1115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보유 현금 증가율은 전년 말 대비 60.2%에 달한다. 현금은 단순히 보유하고만 있다면 이자수익이 나지 않아 자금 낭비로 비춰질 수 있다. 올해 유독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유 현금을 늘리는 것은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거나 빠른 시일 내에 현금을 동원해야 할 투자 계획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불안한 경영 안정화를 위해 보유 현금을 늘리는 기업들이 많다”며 “비상시 동원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예금으로 운용하거나 조만간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 등을 위해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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