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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에 기댄 수제맥주의 명과 암

  • 2021.05.11(화) 17:35

수제맥주, 위탁 생산으로 생산량 확보…치명적 약점
가정 시장에 국한…유흥 시장·자체 생산 능력 확대 필수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롯데칠성음료나 오비맥주 등 기존 대형 주류업체들까지 위탁생산(OEM)에 나섰다. 편의점 업체들의 경우 수제맥주 업체와 손잡고 PB맥주를 만들어 자사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주류 업계의 지형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곰표 등 일부 브랜드의 경우 편의점 내 매출이 오비맥주의 카스나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위협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수제맥주의 인기는 가정 시장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류 시장의 주요 판매 채널인 '유흥·외식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 수제맥주 인기…롯데칠성·오비맥주도 위탁생산

수제맥주 업체인 더쎄를라잇브루잉은 롯데칠성음료와 OEM 계약을 맺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지난해 11월 롯데 그룹의 편의점 계열사인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유동골뱅이맥주'를 출시해 인기를 끈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3월 롯데제과와 함께 출시한 '쥬시후레쉬맥주'도 인기를 끌면서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가 대신해 만든 제품은 다음 달부터 출시된다.

이로써 롯데칠성음료는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와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에 이어 자사 공장에서 세 번째 수제맥주 브랜드를 생산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그간 클라우드와 피츠 등을 앞세워 주류 시장을 공략했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경쟁사에 밀려 고전해왔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20%가량에 그쳤지만, 위탁생산을 통해 5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BGF 제공.

롯데칠성음료의 OEM은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단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의 경우 OEM을 통해 생산 물량을 15배로 늘리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곰표 밀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CU에 따르면 최근 곰표밀맥주 매출이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국내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도 편의점과 손잡고 OEM 생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자회사인 ZX벤처스 코리아를 통해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제품인 '노르디스크캠핑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판매처는 GS25다. 이 밖에도 '백양 BYC 비엔나 라거', '서울 IPA' 등의 제품을 편의점 PB상품 등으로 기획하고 있다. 

◇ 유흥·외식 시장 공략은 과제…"자체 생산 늘려야"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정 주류 시장이 커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혼술·홈술족이 늘면서 다양한 맥주 제품을 즐기려는 수요가 높아졌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차별화한 PB제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편의점 업체들이 수제맥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이런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류 업계에서는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그간 위축해있던 유흥·외식 시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편의점 등 가정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수제맥주의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prtsy201@

더불어 롯데칠성음료나 오비맥주 등 대형 주류 업체들이 수제맥주의 성장을 계속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공장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OEM 생산에 나서고는 있지만 자사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맥주업체를 통해 생산량을 확보해왔던 수제맥주 업체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위탁생산이 오히려 향후 수제맥주 업체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수제맥주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자체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오비맥주의 경우 이번 OEM 계약에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제맥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ZX벤처스가 별도로 진행한 사업으로, OEM을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스 등 주력 제품의 판매 호조로 이미 공장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OEM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주류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해 위탁생산이 가능해지긴 했지만, 수제맥주 업체들이 앞으로도 지속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유흥·외식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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