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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 맥주를?"…'진라거' 완판의 비밀

  • 2021.10.07(목) 16:21

소비자 친근감 높여 충성고객 확보
어메이징 "수제맥주 핵심 가치 지킬 것"
지속·확장성은 숙제…"타 시장 공략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콜라보 수제맥주'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곰표 맥주'의 흥행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어메이징)와 오뚜기 진라면의 콜라보 제품 '진라거'가 이어받았다. 이 제품은 출시 2주만에 초도 물량 70만캔이 완판됐다. 어메이징은 진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차별화된 콜라보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제맥주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고, 지속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진라거 성공 비결, '맛'에 대한 집중

"진라거는 일본 사람들이 맥주를 라면과 함께 마시는 문화에서 착안한 상품입니다. 2030세대 소비자가 라면과 맥주를 페어링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전 조사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진라거를 시작으로 더 많은 음식과 페어링해 즐길 수 있는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진라거 메타버스 간담회 현장 전경.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김태경 어메이징 대표는 7일 오전 개최된 진라거 출시 기념 온라인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진라거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라면과의 페어링을 고려해 오뚜기와 함께 기획했다"며 "홉·효모 등 필수 요소를 제외한 합성 착향료 사용을 배제했고, 카라뮈닉 몰트를 활용해 라면에 어울리는 구수하고도 깊은 맛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어메이징은 간담회 이후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브루어리'도 공개했다. 이 공간은 몰트실·브루하우스(발효실)·패키징실 등 기존 브루어리의 구조를 그대로 구현했다. 어메이징은 메타버스 브루어리를 향후 소비자 체험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제조과정을 직접 확인하도록 해 친근감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이를 통해 향후 '충성고객'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라면과 어울리는 맥주', 사실일까

김 대표의 설명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진라거를 직접 마셔봤다. 겉모습은 콜라보 제품인 '진라면 매운맛'과 같았다. 노란색과 붉은색이 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맥주캔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한편으로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콜라보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호기심에서라도 구매해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라거는 어메이징의 설명처럼 라면과 잘 어울렸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진라거의 '진'함은 외형에서 끝나지 않았다. 캔을 따자마자 라거 맥주 특유의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컵에 담아 살펴보니 색상도 진했다. 진라거는 보통의 맥주에 비해 짙은 붉은빛을 띄었다. 진라면 매운맛의 국물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맛도 진했다. 김 대표의 설명처럼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맥주의 쓴 뒷맛도 그대로 살아있었다. 반면 목넘김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렇다면 라면과는 어울릴까. 라면 한 젓가락과 국물 한 스푼을 먹은 후 진라거를 마셔봤다. 구수한 진라거의 향은 라면의 맵고 짠 맛을 빠르게 중화시켰다. 가벼운 목넘김은 맥주의 흔적을 빠르게 없앴다. 덕분의 라면 그대로의 맛을 계속 즐길 수 있었다. 평소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진라거와 함께라면 부담 없이 매운 라면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양성' 앞세워 성장 이어갈 것

이날 김 대표는 향후 사업 계획과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제2브루어리를 준공해 현재 월 150만톤 수준인 생산량을 900만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산 역량을 높여 편의점에 집중돼 있는 유통 경로를 백화점·대형마트 등까지 확장할 생각이다. 또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지키는 것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진라거 이천 브루어리 전경.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김 대표는 "대기업이 위탁생산(OEM) 등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진라거와 같이 스페셜몰트가 들어간 차별화 제품 생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규모가 작은 수제맥주 브루어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어메이징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차별화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며, 수제맥주 본연의 가치를 지켜 탄탄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직 '수익성'에 집중할 때는 아니라고 밝혔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시장 점유율과 매출액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어메이징은 지난해 4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을 올해 1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제2브루어리가 준공되는 내년 이후로는 더 큰 폭의 성장에 도전한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향후 3년 내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예정이다.

'장밋빛 전망' 현실로 만드려면

어메이징의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311억원 규모였던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원까지 커졌다. 성장률도 전년 대비 47.5%로 역대 최고였다. 자체브랜드(PB)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편의점이 시장을 이끌었다. 오는 2023년에는 시장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시장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수제맥주 시장은 2019년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퇴출된 일본 맥주의 자리를 수제맥주가 채웠다. 코로나19도 수제맥주 성장의 계기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홈술’ 트렌드가 확산되며 차별화된 수제맥주 수요가 늘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유흥 시장이 회복된다면 이 호재가 사라질 수 있다. 수제맥주가 유흥 시장에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수제맥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OEM 중심의 산업 구조도 위협이다. 현재 상당 수 수제맥주 제조사는 대기업에 OEM을 맡기고 있다. 공급 경로도 편의점에 진출한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소규모 자체 매장이 대부분이다. 현재 대기업들이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을 맡고 있지만 유흥 시장이 회복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성장세가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 이 경우 시장 성장을 전제로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는 수제 맥주 제조사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은 젊은 층의 트렌드에 기반하고 있어 아직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분야다. 수익성이 보장되는 장수 브랜드는 아직 없고, 현재 주목받고 있는 업체들도 뚜렷한 시장 지배력과 수익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수제맥주가 주류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잡으려면 지속성과 확장성을 증명해야 한다. 자체 생산 역량 확충과 판매경로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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