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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반값 한우'에 담긴 슬픈 현실

  • 2021.10.27(수) 15:47

한우의 날 앞두고 공격적 프로모션
경매 직접 참여해 가격 관리
한우 촉매 삼아 실적 반전 도모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형마트들이 11월 1일 한우의 날을 앞두고 '반값 한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지원금 사용처 배제,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의무휴업 등의 악재를 넘기 위한 시도다. 한우를 매개로 고객 모으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주류·채소 등 한우와 연계구매율이 높은 상품은 물론, 다른 프로모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비수기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올해 반값 한우, 더 주목받는 이유

이마트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행사카드 결제 시 한우를 최대 50% 할인하는 '한우데이'를 진행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심은 50%, 타 품목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비슷한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17일까지 진행되는 '블랙버스터' 행사 첫 주 품목으로 한우를 낙점했다. 할인율은 최대 50%다.

대형마트의 한우 할인은 매년 이맘때쯤 반복되는 행사다. 11월이 연중 최악의 '비수기'여서다. 일단 직전 달인 9월~10월은 명절 등 공휴일이 많아 소비가 집중된다. 다음 달인 12월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가 있다. '끼인 달'인 11월의 쇼핑 수요는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 11월 1일이 한우의 날로 지정·운영되고 있어 소비자 관심을 모을 수 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한우가 비수기 극복을 위한 최적의 아이템인 셈이다.

한우 도매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올해 대형마트의 반값 한우는 과거에 비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우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우 1㎏당 도매가는 2만1209원이었다.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10% 이상 올랐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증가한데다, 내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쇠고기 수요가 폭발했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수입산 육우 공급망도 흔들렸다. 한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도매가 이하 판매'를 올해 한우 할인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도매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이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량도 넉넉히 확보했다. 이마트는 이번 한우데이 기간 동안 평소 두 달치 판매 물량인 180톤의 한우를 준비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보다 행사 물량을 10% 이상 확대하며 만전을 기했다.

대형마트가 반값 한우 만드는 비결

대형마트는 평소 유통 경로 축소를 통해 한우 가격을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한우는 우시장·도축장·경매·가공장·도매상·소매상 등 6개 경로를 거친다. 각 과정마다 일정 수준의 마진이 붙어 가격이 비싸진다. 대형마트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매에 참가할 수 있는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했다. 충북 음성 등에서 열리는 대규모 경매에 직접 뛰어들어 유통 경로를 단축했다. 여기서 줄어든 마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다.

다만 이를 통해 확보한 한우는 대형마트 전체 한우 판매량의 20%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반값 한우 프로모션에서 소비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없다. 때문에 대형마트들은 매년 프로모션 기간마다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를 끌어들인다. 올해 진행되는 대형마트의 한우 할인에는 SSG닷컴·롯데ON 등 자체 온라인몰과 카드사가 할인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하고 있다. 이들도 11월이 비수기인 만큼 적극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대형마트 유통 구조도 적극 활용한다. 평소보다 더 많은 물량을 매입하고 일정 부분 판매가 보장되는 만큼 한우협회·농가 등과 직접 협상해 매입 가격을 낮춘다. 이를 통해 육가공업체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어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스스로 마진을 거의 없애 반값 한우를 완성시킨다.

반값 한우는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미끼 상품'에 가깝다. 일례로 육류를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은 주류·채소를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반값 한우 행사 기간은 코세페와 겹친다. 자연스럽게 고객이 평소에 필요한 생필품 등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반값 한우로 소비자를 점포로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타 품목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를 통해 비수기 실적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형마트의 '절박함'

다만 이번 대형마트의 반값 한우 행사에는 최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어려움도 담겨 있다.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비대면 트렌드가 지속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해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줄었다. 대한민국 동행세일, 코세페 등 대규모 할인 행사 기간에는 의무휴업을 단행해야 했다. 여기에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등 정부지원금의 사용처에서도 대형마트는 배제됐다.

특히 정부지원금은 대형마트의 한우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소비자 대부분이 정부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소규모 슈퍼마켓 및 정육점에서 한우를 구매해서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한우 매출은 정부지원금이 지급될 때마다 평소보다 20%~30% 가량 줄었다. 또 고객 모으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체적인 실적도 악화됐다. 결국 이번 반값 한우 행사에는 "한우만큼은 지키겠다"는 대형마트의 절박함이 담겨 있는 셈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형마트 업계는 반값 한우 행사를 시작으로 위드 코로나 시기에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이마트는 오는 30일, 31일 이틀간 진행되는 신세계그룹 할인행사 '쓱데이'에 참여한다. 코세페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는 블랙버스터 할인 행사 기간 동안 식품·리빙을 아우르는 다양한 품목을 파격가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전국 55개점에서 겨울학기 문화센터 회원 모집을 통해 소비자 모으기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값 한우는 매년 진행됐던 프로모션이지만 올해는 위드 코로나 등과 맞물려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어지는 코세페 등 세일 프로모션과 연말 대목 등과 연계해 고객들이 더 많이 대형마트를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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