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스팸에 도전하는 '비건'
10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유행하는 트렌드로 여겨졌던 비건은 이제 전세계 식품 시장을 휩쓰는 메가 트렌드가 됐다. 비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최근 2~3년 사이에 비건 제품 하나쯤은 알게모르게 접해봤을 것이다.
비건 시장이 커지면서 식품업계에는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바로 '더 맛있게'다. 이전까지는 비건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소비해 주는 소비자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식품 기업들이 비건 브랜드를 내놓으며 '맛'까지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육가공품 시장은 비건 브랜드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인 동시에 비(非) 비건인들을 끌어들이기 가장 어려운 시장이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진짜 고기 같은', '진짜 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운' 등의 수식어를 갖고 나오지만 식감과 맛 등에서 '진짜 고기'를 따라잡는 건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육가공 카테고리 중 하나인 캔햄 시장에서 대체육 제품을 내놓은 풀무원이 더 눈에 띄는 이유다. 4000억대 캔햄 시장에서 '식물성 캔햄'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CJ제일제당, 동원F&B 등 주요 캔햄 브랜드들도 올해 안에 식물성 캔햄 출시를 예고할 정도로 성장성이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풀무원 '식물성 지구식단'의 대체육 캔햄 'LIKE 런천미트'를 맛봤다. 캔햄 1위 브랜드인 CJ제일제당 '스팸'과의 비교를 통해 대체육 캔햄의 경쟁력을 엿보기로 했다.
패키지부터 친환경 '뿜뿜'
풀무원 지구식단은 지난해 8월 론칭한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다. 식물성 제품을 내놓는 식물성 지구식단과 육류가 포함되지만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한 동물복지 지구식단 2개 하위 브랜드로 운영된다.
지구식단 런천미트의 방향성은 패키지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다. 캔 3개가 들어 있는 종이 패키지 안에 무라벨, 무캡의 플레인 캔 3개가 들어 있다. 최근 캔햄 시장에서 논란이 됐던 플라스틱 캡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더해 캔에 입히는 라벨까지 없앴다. 친환경의 '정석'을 만난 기분이다.
주요 원재료는 캐나다산 카놀라유와 중국산 두류가공품(식물성 단백질), 대파추출액과 간장 등으로 만든 소스다. 캔 1개 당 중량은 190g으로 스팸 작은캔(200g)보다 용량이 조금 적다.
'식물성'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달리 칼로리와 나트륨, 지방 등의 함량은 낮지 않은 편이다. 칼로리는 100g당 270㎉, 나트륨은 830㎎, 지방은 21g이 각각 포함돼 있다. 스팸(340㎉, 1080㎎, 31g)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스팸에는 60㎎ 함유된 콜레스테롤이 지구식단 런천미트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고 포화지방 함량도 1.4g으로 스팸(11g)의 10% 수준이다.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이슈에서 자유롭지만 캔햄의 맛을 내기 위해 염도는 높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맛을 봤을 때도 '짠 햄'의 대명사인 스팸에 밀리지 않는 '짠 맛'을 자랑했다.
'런천미트' 이름 쓰긴 아깝네
제품을 개봉해 보면 육안으로도 스팸과 지구식단 런천미트를 구분할 수 있다. 부드러운 핑크빛이 도는 스팸과 달리 조직감이 느껴지는 연한 빛을 띤다. 칼로 제품을 자를 때도 스팸이 부드럽고 수분감이 있게 잘린다면 지구식단 런천미트는 다소 단단한 질감이다.
프라이팬에 두 제품을 함께 구워 밥에 곁들여 먹어 봤다. 잘라서 구울 때 느꼈던 것처럼 조직이 단단해 스팸보다 질긴 식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팸보다 씹는 맛이 있어 더 선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기름기가 많고 촉촉한 스팸에 비해 수분기가 없이 말라 있는 질감인 건 다소 아쉽다. 라면이나 찌개 등에 이용한다면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육 특유의 콩비린내를 완전히 없애진 못했지만 캔햄의 짜고 단 맛이 이를 어느 정도 가려 준다. 스팸처럼 덩어리로 잘라 굽는 것보다는 잘게 잘라 볶거나 찌개 등에 사용하면 조금 더 그럴듯한 '캔햄'의 맛을 낸다.
'캔햄의 왕' 스팸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제품명(LIKE 런천미트)처럼 저가의 런천미트류와 비교하면 식감이나 맛에서 훨씬 뛰어나다. 런천미트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쉬울 정도다. 다만 비교대상을 런천미트로 잡으면 캔당 3000원대인 가격이 걸린다.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식물성' 제품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풀무원 측으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