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날 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우리나라 경기 회복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까지 기대되기는 하지만 북핵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전망이 불확실해진 탓이다.
◇ 만장일치 금리 동결…"성장 경로 불확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은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로써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째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이날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선택한 만큼 당분간 현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게 지속할 경우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줬었지만 최근 들어 불확실성이 다소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이날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국내 경제는 견실한 개선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추경 집행 등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교역 여건 악화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기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8일 국회 현안 보고에서도 성장 경로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성장세가 뚜렷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리 동결'을 예고한 셈이다.
◇ 이주열 총재 "가계부채 둔화 시 금리 조정 시급성 줄어"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 주목받았다. 다만 이 총재는 당시 '경제가 뚜렷하게 개선되는 상황'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는데 하반기 들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3% 성장이 곤란하다는 단정적인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성장세를 부추길만한 상방 리스크가 있는가 하면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 만한 변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진행 중이고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가 최근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커진 점은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에 어느 정도 여유를 줄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지속할 경우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미 정부가 규제를 통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다면 금리 조정의 시급성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다만 현재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이 총량 면에서 보면 매우 높은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하게 되면 금리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억제 노력은 단기적으로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