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는 기울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분기부터 분기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앞서기 시작하더니 3분기엔 누적 기준으로도 추월했다.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올해 연간 실적을 예상하더라도 이같은 추세를 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년이란 적지 않은 기간 왕좌를 지켰던 신한금융은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판도 변화는 이미 시장에서도 예견한 일이다. 주가는 1만원 가까이 벌어졌고, 시가총액 역시 6000억원 이상 벌어졌다. KB금융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신한금융 입장에선 뼈아픈 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의 격차는 미미하다. 반격을 준비하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들었고,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추가 M&A를 언급하고 있다. 내년 다시 한번 격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리딩금융그룹 신한→KB 바뀌는 순간
KB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2조7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KB금융은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2분기에 981억원, 3분기에도 802억원 차이로 신한을 앞섰다. 신한금융은 상반기(누적)까지는 가까스로 리딩그룹의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13억원의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은 3분기에 현대시멘트 주식 매각이익 410억원과 2분기 KB손보의 염가매수차익 1210억원 등의 일회성 요인을 더하며 매 분기 9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향후 경상이익을 분기 8500억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의 경상이익이 한단계 점프하면서 리딩금융그룹의 발판을 마련한 데는 비은행 이익기반 확대가 한몫을 했다. KB증권에 이은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화하면서 이익을 100% 반영한 영향이다. 비은행 이익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27%에서 올해 3분기까지 34%로 확대됐다. 특히 비은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KB손해보험은 3분기 1200억원의 이익을 내며 제몫을 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여기에 지난 10년 가까이 사실상 허송세월(?)을 보냈던 KB금융이 영업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신한보다 못했던 건전성관리와 비용관리에 적극 나섰던 점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군인을 대상으로 한 '나라사랑카드' 사업권에 이어 올해 경찰공무원 대상 '무궁화대출(신한에선 참수리대출)' 사업권을 따냈다. 둘다 신한은행에서 운영했던 협약대출이다. KB의 영업력 회복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신한은행은 최근 이마저 우리은행에 뺏기는 수모를 겪었다. 내부에서조차 "안이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지난 10년간 신한을 대적할 상대가 없었다는 점도 일조했다. KB금융(국민은행)은 외풍을 타면서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됐다. KB가 경영의 연속성을 갖기는커녕 제자리걸음하는 사이 신한은 이에 안주했고, 뒤늦게 증권사 증자에 나서는 등 반격카드를 꺼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게임체인저는 결국 M&A, 내년 M&A 시장 달군다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는 결국 M&A라는 데에 KB와 신한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KB가 옛 LIG손해보험에 이어 현대증권을 인수했던 게 결정적이었다면 앞서 신한이 옛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며 리딩그룹에 올랐던 것이 그 격이다.
조용병 회장이 취임 후 M&A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호락호락하게 1등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한 내부는 물론이고 시장에선 손보사와 증권사 추가 인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각에선 롯데손보도 거론하지만 금융권에선 "중위권 이상의 손보사가 타깃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KB금융 역시 신한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확고한 1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추가 M&A를 언급하고 있다. 이재근 KB금융 상무(CFO)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명보험 쪽이 약해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빠르면 내년 상반기, 혹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생보사 M&A의) 기회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신한을 의식한 듯 실탄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KB는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신한은 역전의 기회 혹은 호락호락 뺏기지 않기 위해 추가 M&A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내년 M&A 시장을 달구며 1위 경쟁 또한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