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중금리대출입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부터 중금리대출을 가계부채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관련 상품 출시 준비에 한창입니다. 왜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려는 것일까요? 자세히 살펴봅니다. [편집자]
금융기관은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 반면 돈이 없어 힘든 사람일수록 대출은 더 절실하다.
금융기관은 이를 대출금리를 통해 조절한다. 돈을 잘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고신용자)에게는 싸게 빌려주고 돈을 잘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저신용자)에게는 비싸게 빌려준다. 여신의 기본원리다.
문제는 금융기관이 기본에 충실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주다보니 저신용자는 점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대출창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대출 양극화다.
'부의 양극화'가 '대출 양극화'로 이어지고 '대출 양극화'는 또 다시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중금리대출 시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가 중금리대출 시장을 활성화해 대출 양극화를 완화시키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금리대출이란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되고 가중평균금리가 연 16.5% 이하인 가계신용대출'을 말한다.
그동안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은 1~4등급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해왔다. 그 이하 등급은 신용카드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중금리대출 시장은 2금융권에 더 뜨거운 이슈다.
◇ 고신용자 대출 쏠림현상 뚜렷
현 정부는 금융시장에서 소외됐던 저소득계층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자는 '포용적 금융'을 중요한 정책기조로 내세웠다. 지난해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포용적 금융 3종세트인 '카드수수료 인하'와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최고금리 인하'를 진행하고 있다.
중금리대출 활성화는 '최고금리 인하'를 위한 주요 정책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신용대출은 2015년 이후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2~2014년 연평균 2.3% 증가하던 가계신용대출은 2015~2017년에는 연평균 9.2% 늘었다.
가계신용대출은 특히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늘었다.
국내은행 가계신용대출의 소득수준별 비중을 보면 연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신용등급이 높은 고소득 계층이 더 쉽고 더 많이, 더 싸게 대출을 받아왔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고신용자 대출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고신용자 미만 차주들에게는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다는 이야기"라며 "고소득 고신용자들은 주택자금 관련 대출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재산형성을 위한 대출이 많지만 중소득 이하 차주들은 생활을 위한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대출금리도 양극화 심화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쏠림현상뿐 아니라 대출금리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권 저축은행 16곳의 4등급 이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중평균금리 연16.5%를 넘어섰다. 7등급부터는 연20% 이상의 금리가 책정되는 추세다.
반면 시중은행은 1~2등급 신용자들에게 연3.98%, 3~4등급 신용자들에게는 연4.76% 수준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시장을 운용하는 것은 중신용자 이하 차주들에 대한 금융정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차주들이 자신의 금융정보를 늘리려면 금융기관을 이용해야 하는데 금융정보가 없어서 이용을 못하는 '딜레마'인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중신용자중 62.1%가 최근 3년간 금융권 대출 실적이 없고 지난 2년간 신용카드 사용 실적도 없었다.
이들에 대한 신용정보가 부족해 대출부실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보니 금융기관으로서는 대출을 해주기가 쉽지 않다. 해주더라도 '만약을 대비해' 금리를 높게 매길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금융업계 설명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고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취약계층의 금융애로를 완화하고 채무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