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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보험' 나올까…보험개발원 모델 개발 착수

  • 2020.09.16(수) 16:44

경험통계 없이도 상품개발·리스크 관리 등 활용
보험업계·당국 논의 통해 내년말 상품개발 목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강화되면서 기업을 비롯해 카페, 음식점 등 중·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는 전무한 상태다. 전염병 관련 경험통계 부족으로 보험료 책정이 어렵기 때문인데, 이르면 내년 이러한 전염병 전용 보험이 국내에도 선보일 전망이다.

보험개발원은 이달부터 '전염병 위험평가 모델'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과거통계를 기반으로 보험료 산출요율을 산정하는 기존방법 대신 바이러스의 ▲발생 가능성 ▲전염도·치명도 ▲인구구조에 따른 영향 ▲방역대책 ▲백신개발 기간 추정 등을 반영한 정교한 모델을 통해 보험상품 개발과 보험사가 지게 되는 리스크 관리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모델 개발기간은 1년으로 향후 상품개발과 연계해 금융당국과 보험금 지급 기준 등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내년 말 상품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전염병 보장 수요 많아도 보장은 미미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에 대한 보험보상은 아직까지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가령 사망이나 의료비는 생명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지만 영업중단이나 행사취소 등은 보험 보장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자보험이나 웨딩보험에서도 전염병에 의한 위약금은 보상해주지 않아 보장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전염병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위험률 등 보험요율 산정이 어려운데다 피해 규모 등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염병 위험평가 모델을 개발해 보험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2018년 재보험사인 뮌헨리와 보험중개사인 마쉬, 리스크 모델링 개발기업인 메타바이오타(Metabiota) 가 협력해 전염병으로 인한 기업 영업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PathodgenRX)을 내놨다. 주로 숙박, 여행, 스포츠업계 등을 대상으로 판매했는데 실적이 미미했으나 최근 가입문의가 늘어나고 비싼 보험료에 대한 견해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생명·건강보험 포트폴리오 위험평가를 위해 2006년 팬데믹 모델을 자체개발해 감독당국으로부터 내부모형 승인을 획득하며 리스크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Air Worldwid, RMS 등 리스크 모델링 기업들이 전염병 위험평가 모델을 개발해 채권 발행 등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대형 손보사와 뮌헨리가 함께 국내 기업의 요청으로 전염병으로 인한 기업휴지보험 개발을 추진한바 있으나 보험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실제 판매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보험가입으로 전염병 손해를 보장받고자하는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 상용화까지 시간걸려…내년 이후에도 수요 유지 될까

하지만 전염병 위험평가 모델을 만든다고 해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실제 모델을 이용해 상품을 개발한 후 적용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기준 등도 당국과 의견일치를 봐야한다. 예컨대 식당이 기업휴지보험(영업중단손실보험)을 들었을 경우 확진자 발생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할지, 폐쇄명령이 떨어져야 지급할지 등 구체적인 지급기준이 마련돼야 상품개발이 가능하다.

또 국가재보험 등을 통해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할지 등도 아직 구체적으로 그려진 바가 없다. 이러한 모델을 해외 재보험사들이 수용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전염병의 경우 세계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은데 보험사가 감내할 수준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재보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발원은 앞서 2015년부터 경험통계가 부족한 자연재해인 태풍·홍수·호우모델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파일럿버전만 보급된 상태로 보완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모델의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모델 개발 후 코로나가 종식될 경우 수요가 줄어들면서 보험상품 개발 등 상용화가 다시금 더져질 수 있다. 다만 전염병 위험평가 모델의 경우 사람·사회·국가 대응 등 인적모델의 공통특징이 적용돼 다양한 인적재해 리스크 모델링으로 확장하는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향후 시장 수요에 부합하도록 적용할 보험상품, 보상조건, 보장방식과 한도액 등 보험상품 설계 등을 업계 및 감독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라며 "모델개발과 상품개별을 연계해 내년 말쯤 보험상품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을 통해 전염병 손해를 보장받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관련 보험상품을 통해 보험이 사회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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